노동계 “빨간날 4일 못쉬는 노동자는 비국민”…5인 미만 사업장 뺀 대체공휴일법 비판

고희진 기자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노동 현장의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입법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과 마찬가지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의 졸속 입법이 노동법의 테두리 바깥에 놓인 ‘비국민 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권리찾기유니온 관계자들이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평등한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지난 2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권리찾기유니온 관계자들이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도 평등한 쉴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노동·법률 시민단체의 모임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은 28일 저녁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대체공휴일법)의 적용대상에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을 비판하는 촛불문화제를 연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자신을 ‘비국민’으로 칭하고 촛물 문화제에 참여한다. 이들은 “국민이라면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정부·여당이 (대체공휴일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로) 비국민을 호명하고 있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대체공휴일법은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국민들에게 사라진 빨간 날을 돌려드리겠다”며 법 제정을 약속했고,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 앞두고 있다. 제정안이 통과되면 오는 8월 15일 광복절부터 대체공휴일이 적용돼 월요일인 8월 16일에 쉬게 된다. 주말과 겹치는 10월 3일 개천절과 10월 9일 한글날, 12월 25일 성탄절에도 대체공휴일이 적용돼 올해 총 4일의 연휴가 더 생긴다.

문제는 법안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체공휴일법이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할 경우 10명 중 3명이 법의 혜택에서 제외된다. 노동계에 따르면 국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약 454만9000명으로 전체 사업 종사자의 28%에 달한다.

대체공휴일제에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하면 여당은 그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아온 현행 근로기준법과 대체공휴일법이 법률적으로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최근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 및 공휴일 확대로 인한 인건비 상승을 주장해 온 경영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한 측면도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노동안전법을 제정할 때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내 차별을 양산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근로기준법 2조 1호의 근로자의 정의를 특수고용직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11조에서 법의 적용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8월까지 노동계는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제안 운동’을 통해 관련 법을 국회에 발의하고, 향후 근로기준법 개정을 대선 의제로 부각할 예정이다. 입법추진단에 참여하는 권리찾기유니온 정진우 사무총장은 “지난 대선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계 주요 이슈였다면, 이번에는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것을 주요 의제로 삼을 예정”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대체공휴일의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에 대해 근로기준법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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