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집단 피부염 원인은 ‘친환경 페인트’…현대 계열 3사에서만 53명 유증상

고희진 기자

지난해 9월부터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 도장작업 노동자들에게 잇달아 발생한 피부질환의 원인이 회사가 새로 도입한 ‘친환경 도료’였던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새 도료를 개발해 사용하면서 화학물질의 피부 과민성 문제를 소홀히 하고 노동자들에게 유해성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등 현대 계열 조선 3사에서 확인된 피부 질환자만 53명에 달한다.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용노동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조선사 도장작업 노동자 집단 피부질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 조사는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에서 새로 도입한 ‘무용제 도료’를 쓴 뒤 선박 도장 작업자들이 잇따라 피부질환을 겪었다며 도료 사용을 중지하고 위험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시작됐다. 지난해 4월 도입한 해당 도료를 쓴 노동자들은 피부에 붉은 반점과 물집이 생기는 피부발진 현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친환경페인트라더니…현대중 노동자 ‘집단 피부병’(2021년 1월8일))

이에 노동부는 올해 2∼4월 현대 계열 조선사 3곳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해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세진중공업, 대선조선과 도료 제조사인 KCC울산공장, 츄고쿠삼화페인트, IPK까지 모두 10개 기업의 노동자 1081명을 대상으로 임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이 중 55명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중 53명은 현대 계열 조선사 노동자였다. 현대중공업이 35명, 현대미포조선이 9명, 현대삼호중공업이 9명이었다. 나머지 2명 유증상자는 츄고쿠삼화페인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였다.

노동자들이 겪은 피부질환의 원인에 대해 노동부는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과민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무용제 도료는 대기 중에 오존을 발생시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함량이 5% 이내인 것으로, 환경친화적 도료로 분류된다. 정부는 환경친화적 도료 사용을 확대하고자 무용제 도료 사용으로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을 줄이면 이를 실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사와 도료 제조사가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면서 페인트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은 낮아졌지만, 대신 새로운 과민성 물질들이 포함됐다. 노동부는 특히 친환경 도료의 주 성분인 에폭시 수지가 기존 도료에 사용된 것보다 분자량이 적어 피부 과민성이 커진 것이 피부질환을 일으켰을 것으로 판단했다. 통상 분자량이 적을수록 피부 과민성이 높아진다.

조선사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원재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질환 등의 예방 조치를 하게 돼 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도료 제조사와 조선사는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면서 새로 함유된 화학물질의 피부 과민성 문제를 간과했고, 사용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피부 과민성에 대한 유해성 교육이나 적정 보호구의 지급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해 화학물질 도입 시 피부 과민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안전보건조치 명령을 내렸다. 노조는 노동부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정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문제가 된 도료의 조선소 현장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회사가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산재 처리를 신속히 하도록 지도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문제가 된 제품은 전량 폐기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시 피부발진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극하절기용 경화제를 사용 중단하고 전량 폐기 처분했으며, 이후 개선 제품을 공급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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