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배달기사는 자영업자 아닌 노동자’ 규정 막는 건 위헌” 미 법원, 우버에 제동

이혜리 기자
2020년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시청 앞에서 한 시민이 우버와 리프트 등 앱 기반 운전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는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AFP

2020년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시청 앞에서 한 시민이 우버와 리프트 등 앱 기반 운전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는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AFP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리프트 등이 운전·배달기사를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것을 허용하는 ‘주민발의안 제22호’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판단했다.

AP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랭크 로쉬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 법원(Superior Court) 판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주민발의안 제22호가 애플리케이션에 기반한 운전·배달기사를 노동법상 보호받는 노동자로 규정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입법권을 제한한다면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우버·리프트 등의 운전·배달기사를 독립계약자(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분류하는 AB5법을 만들어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다. 회사의 지휘·통제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 독립적인 고객층을 갖는 등 특정 요건을 갖춰야만 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본다는 게 법 취지다. 노동자로 분류되면 유급 병가나 보험 등 노동법상 보호조치를 준수해야 한다.

AB5법 시행 이후 우버·리프트 등은 노동자 분류를 거부하는 등 극렬히 반발했다. 급기야 이들은 운전·배달기사를 자영업자로 간주해 AB5법 적용을 막는 주민발의안 제22호를 만들었고, 막대한 홍보비용을 들인 끝에 주민발의안 제22호는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 주민투표에서 통과됐다. 홍보비용에 2억 달러(한화로 약 2300억원)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이 주민발의안 제22호에 다시 제동을 걸었다.

로쉬 판사는 판결에서 “(주민발의안 제22호는)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작업장 안전과 급여 기준을 제공하지도 않는다”며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인데, 이는 법의 명시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로쉬 판사는 “국민이 입법부에 부여된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령이 아닌 개헌에 의해야 한다”고 했다.

우버는 “판결이 다수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의 의지를 무시하고,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모두 어긋난다”고 했고, 기업들의 연합 단체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자신들은 중개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하고, 운전자는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해왔다.

비슷한 일은 영국에서도 있었다. 지난 2월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자는 노동자가 맞다’는 2016년 영국 고용심판원 결론이 부당하다며 우버가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우버 측의 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우버가 운임 등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책정하고, 운전자가 승차를 거부하면 우버로부터 불이익을 받는 점, 우버가 고객이 매기는 별점을 통해 운전자를 통제하는 점 등을 고려해 우버 운전자는 노동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도 타다나 요기요 등 플랫폼에 기반한 운전·배달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고용노동부와 법원 판단이 나오고 있지만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국회와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동계는 이 법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배제하고 ‘제3의 영역’으로 구분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관련기사: 플랫폼종사자법 공청회…노동계 “‘노동자 제3영역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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