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조합원의 대리점주 괴롭힘 확인”

이혜리 기자

‘극단 선택’ 자체 조사 결과

김태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태완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영난 속 대리점 포기 압박
CJ대한통운에 결정적 책임”
일부 조합원들 욕설 등 인정
“징계위 회부해 책임 묻겠다”

택배사 CJ대한통운의 김포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택배노조가 일부 조합원의 괴롭힘 행위를 확인했다며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다만 택배노조는 대리점주가 사망까지 이른 데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대리점주에게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포기 압박을 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2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김포 대리점주 이모씨(40) 사망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는 유서에 택배노조의 파업과 집단 괴롭힘 때문에 힘들었다고 적었다.

택배노조는 김포 대리점에 노조가 설립된 지난 5월 이후 단체대화방 내역을 전수 확인한 결과 일부 조합원들이 이씨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는 글을 게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를 향한 항의와 비아냥, 조롱성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해당 조합원들이 경찰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권고하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존중하겠다”며 “위법성 여부와 무관하게 노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택배노조 산하 지회에서 집회나 지사 항의방문 과정에서 욕설 등 과격한 용어가 사용되는 점도 일부 확인했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노조 차원의 원칙을 수립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이씨에게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하도록 압박한 게 이씨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포 대리점은 월 3000만원(운영비 포함)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씨는 노조 설립 전 6년간 두 번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날짜에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고 택배기사들에게 빚을 질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이 김포 대리점을 2개로 나누고, 9월부터 이씨를 대리점주에서 빼려고 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간부였던 사람들이 김포터미널의 대리점장으로 오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 퍼져있었다”며 “CJ대한통운 퇴직자들을 위해 기존의 대리점주를 압박했는지 여부에 대해 CJ대한통운 본사는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지금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이 겪을 슬픔을 달래드리기 위해 예를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족 지원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리점 포기 압박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리점연합 측도 별도 회견
‘유족 입장문’ 공개하며
“유서에 괴롭힘 밝혔는데…
고인 모욕한 패륜적 행위”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같은 건물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조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는 내용의 ‘유족 입장문’을 공개했다. 유족은 입장문에서 “고인이 유서를 통해 노조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명백히 밝혔는데도, 노조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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