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직장갑질 한달 만에 21건 제보…“성과주의와 경쟁 지상주의 문화가 원인”읽음

고희진 기자

“사업 기간이 2년인 프로젝트를 3개월 내 종료하라 강요하고, 기간 안에 하지 못했다고 저성과자로 평가를 내렸다. 사소한 잘못에도 ‘회사를 때려치워’라며 윽박지르고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고 가라’고 한다.” IT업체 직원인 A씨는 최근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IT갑질신고센터’에 이 같은 의견을 올렸다. 성과주의와 마감기한 엄수가 심한 업계 특성상 IT업종에는 A씨처럼 업무성과를 모욕적으로 압박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8월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 네이버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지난 8월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판교 IT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 네이버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판교 IT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운영하는 IT갑질신고센터에 최근 한 달간 들어온 제보 21건을 22일 공개했다. 접수된 괴롭힘 사례는 폭언·모욕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실적 압박이 7건, 업무배제·따돌림·해고 등 ‘기타’ 항목이 5건이었다.

공대위는 지난 5월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만들어졌다. 네이버 노동자 사망사건은 정부 조사에서도 직장내 괴롭힘이 원인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네이버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당시 사망한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에 대해 직속 상사의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한 직원은 “상사가 ‘네가 아는 게 뭐냐. X 같다’며 욕설과 폭언을 했고 다른 직원들도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며 “사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으나 외려 부서장을 두둔했고 업무를 분리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부서장에게서 심리적·신체적 괴롭힘을 지속해서 겪었다. 높은 업무강도로 우울증, 신경쇠약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했고 이명까지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서 “업무량 조정을 요청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 총수들을 불러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 벤처정신을 무기로 단시일 내 급성장한 주요 IT기업들은 성과중심과 경쟁 지상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다”며 “IT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직장 내 갑질 문제를 방치한다면 노동자들의 고통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