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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노조 통째로 줄게” 하림 ‘노조 지배개입’ 녹취록 나왔다

고희진 기자

·노무 담당, 2019년 ‘복수 노조 저지’ 부당노동행위 고스란히
·신노조 “올해 단협 요구하자 구노조에 직원 가입” 새 의혹도
·사측은 “탄압 없었다” 부인…국감서 ‘지속적 노조 개입’ 논의

닭고기 가공 전문업체 하림이 2019년부터 어용노조를 이용해 새노조를 조직하려는 조합원들을 탄압해왔다는 녹취록이 확인됐다. 하림의 부당노동행위는 다음 달 6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논의된다. 국감에는 노조 설립 과정에서 사측의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배기영 하림 신노조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하림의 부당노동행위는 현재 노동부에서도 조사 중이다. 하림 측은 노동 탄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림 홈페이지 캡쳐

하림 홈페이지 캡쳐

29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019년 11월 배 위원장과 사측 노무 담당자 A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구노조에 맞서 신노조를 설립한 배 위원장에게 “(신노조)할거니? 내가 (구노조를) 통째로 준다고 그(랬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있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말라고 그랬지?”라며 “너 그거 만들어 놓으면, 너한테 치명타야. 해산 신고 해도 또 넣을 수 있어. 그 노동조합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 할 거야?”라고 했다. 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누가 하던지 (신노조는) 한다”고 답했다.

신노조측 관계자에 따르면, 하림에는 2019년 새노조가 생기기 전 회사의 친인척이 지도부로 있는 구노조가 존재했다. 육가공부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신노조를 설립하려고 하자 회사 측은 이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신노조측 관계자는 “사측이 신노조를 탄압했다”며 “녹취록을 보면 2019년 이전부터 회사가 구노조를 관리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신노조는 이에 A씨를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 1월 2심에서도 패소했다. 상고 포기로 원심이 최종 확정됐다. 하림은 당시의 부당노동행위가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일이 아니라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아직도 하림에서 근무하고 있다.

배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조 탄압은 A씨의 개인 일탈이 절대 아니다”라며 “A씨 위의 상급자들도 다들 알고 있던 것으로 회사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신노조는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불법 행위를 한 직원도 회사에 남았고 노조 탄압 역시 계속되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올해 5월 신노조가 사측에 단체협약 교섭요구 공문을 발송한 뒤, 구노조에 노동자들을 강제 가입하게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신노조가 확보한 구노조 가입 조합원과의 녹취록에는 구노조 가입 조합원이 “우리는 어용노조에 다 가입했다” “관리자들도 지금 강제로 싹 가입시켰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감에 배 위원장 외에도 김홍국 하림 회장도 증인으로 요청할 계획이었나 무산됐다. 국감에선 하림이 구노조 조합비 일부를 노조원들에게 환급해 주는 등 조직적으로 노조에 개입 해왔고, 신노조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개입한 정황을 질의할 예정이다. 노동부에 대해서도 하림의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송옥주 의원은 “사측이 조직적으로 지배 개입 등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한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며 “국감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제대로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림의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하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지금도 집중적으로 조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림 측은 2019년의 부당노동행위는 A씨의 개인 일탈이며, 최근까지도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하림 관계자는 “2019년 벌금형은 개인이 받은 것이다”라며 “(구노조 강제 가입 등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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