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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나오는 학교 급식실…고장난 후드에 ‘산재 위험’ 처한 노동자

이혜리 기자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받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받고 있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기도 내 8개 학교의 급식실에 설치돼있는 후드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성능이 떨어져 유해물질이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폐암에 걸린 급식실 조리원이 지난 2월 최초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급식실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의 ‘경기도 내 학교 급식실 후드 및 공기질 점검 결과보고서’를 보면 이같이 나타났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경기도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12년간 일한 조리원이 폐암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산재를 승인했다. 공단은 “(해당 노동자가) 고온의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조리할 때 나오는 초미세분진)에 노출됐다”며 “여성의 경우 이같은 조리행위가 폐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판단했다. 이후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이 잇따랐고, 노조 측에선 전국에 이런 사례가 빈번할 것이라며 급식실 환기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해왔다.

실제 센터가 지난 5~6월 경기도 내 유치원 1개, 초등학교 5개, 중·고등학교 각 1개의 급식실을 점검해보니 A중학교와 B유치원 내 일부 후드는 고장으로 인해 전혀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외 학교들은 후드가 작동은 되지만 성능이 제각각이었고, 대부분 풍속이 산업안전보건법 기준(1.0~1.2m/s)을 충족하지 못했다.

8개 학교 공통적으로는 노동자의 호흡기 지점이나, 유해물질 발생지점에서의 풍속이 아주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4개 학교에서는 후드 개구면은 법 기준대로의 풍속이 측정됐지만, 호흡기 지점의 풍속은 0m/s인 경우가 있었다. 이처럼 후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해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급식실 내 공기 중에 머무르게 된다. 간이 측정이기는 하지만 C초등학교 급식실에서는 일산화탄소가 최고 29ppm까지 측정됐다. 이는 법에서 정한 8시간 평균 기준치 30ppm에 가깝다. D초등학교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0.3ppm)의 15배에 달하는 4.4ppm으로 측정됐다. 포름알데히드는 조리흄을 구성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성이 있다고 명시한 물질로, 7개 학교에서 기준치 이상의 농도로 측정됐다.

지난 4월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내 공기순환 장치의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내 공기순환 장치의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센터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환기와 정상적인 후드 작동으로 오염된 공기가 급식실 내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캐노피식 후드(작업하는 곳의 위에 설치하는 형식)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유해물질과 가까운 위치에 후드를 설치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점검에 참여한 이진우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급식실에서 (노동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얼마나 후드에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 외부에서 측정한 결과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에 의미가 있다”며 “(급식실 노동환경에 대한) 전수조사와, 적절한 환기가 가능할 정도의 후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 의원은 “열악한 학교 급식실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임시 건강진단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문제가 없는지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폐암 사망 급식실 조리원 첫 산재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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