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기아차 ‘2차하청 불법파견’ 첫 인정…“직접 고용해야”읽음

고희진 기자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2019년 7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기아차 사주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현대·기아차 6개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2019년 7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기아차 사주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기아(옛 기아차)가 간접 생산공정 업무를 수행하는 2차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까지 완성차 업계의 구조적인 불법파견 문제를 지적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류상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더라도 업무상 실질적인 지휘를 한다면 원청에 고용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향후 다른 산업의 2차 하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2부(재판장 마은혁)는 2018년 기아 1·2차 사내하청 및 계약직 노동자 18명이 기아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화성공장 2차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이동우씨(45)를 포함한 5명에 대해 원소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2000년대 중반 김수억·윤주형씨 등과 기아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다 해고된 뒤 복직투쟁을 벌여왔다.

[단독]법원, 기아차 ‘2차하청 불법파견’ 첫 인정…“직접 고용해야”

기아에서 2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내 법원에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사내하청은 기아가 위탁계약을 맺은 1차 사내하청업체가 본청에서 위탁 받은 업무 등을 재도급 계약한 업체다. 서류상 2차 사내하청과 기아의 직접 계약 관계는 없다. 이 때문에 기아는 그간 2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의무가 없다고 해왔다.

기아는 또한 2차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이씨가 자동차 제작 주요 공정으로 본청이 관리하는 ‘컨베이어벨트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접공정 노동자가 아닌 물류 운송 및 불출(반출·인도) 업무를 담당했던 간접공정 노동자라는 점에서, 해당 업무는 본청이 아닌 사내하청의 구체적인 지시로 이뤄진 업무라며 근로자파견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본청의 파견노동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 명령을 하는지” 등에 따라 판단된다고 했다. 이씨가 컨베이어벨트라인이 아닌 간접공정에서 일해 주요 업무 등 본청의 지시에 구속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아차가 설계한 UPH(시간당 생산량) 등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 부품의 불출 등 작업에 있어 업무의 양이나 속도 또한 부품을 사용해 작업하는 해당 컨베이어벨트의 작동속도 등에 연동된다”고 판단했다.

원고측 탁선호 변호사는 “법원이 서류가 아닌 근로관계의 실질에 기초해 파견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아에 앞서 현대차에서도 2차사내하청 간접공정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각각 1·2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현재 고등법원·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소송에 참여한 정기호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중간에 업체가 꼈더라도 실질적으로 원청의 지배를 받는다면 파견으로 봐야한다는 판결”이라며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까지 의미있는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항소했다는 것으로 의견을 대신한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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