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직원들 “직장 내 괴롭힘 힘들어···회사는 별다른 대처 없었다”읽음

이혜리 기자

현장 지휘 반장, 직원에 고함지르고 모욕

직원들, 사장·공장장에 알려도 묵묵부답

하림 측 “직장 내 괴롭힘 정황 발견 못해”

신노조 위원장 “노동부에 진정서 내겠다”

하림 홈페이지 캡쳐

하림 홈페이지 캡쳐

닭고기 가공 전문업체 하림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고,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대처가 없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하림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직원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일 하림 익산공장 육가공 부서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전·현직 직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다른 직원이 당하는 모습을 봤다고 경향신문에 밝혔다. 이들은 현장을 지휘하는 반장 A씨가 여러차례 30여명의 직원 앞에서 특정 직원을 지목해 소리를 지르고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지적을 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한 직원은 A씨가 생산성 기준(1인당 1시간에 닭 84마리 처리)에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나뉘어 서라고 한 뒤 ‘당신은 84마리를 못하는데 왜 거기에 섰느냐, 장난하느냐’는 식으로 몰아세웠다고 했다. 이 직원은 “공개적으로 이름을 지목해 뭐라고 하는 것을 보고 아침 조회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모르겠고, 내가 닭 잡는 기계인가 싶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며 “작업자들은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했다. 한 전직 직원은 “A씨가 ‘당신은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다, 자리를 왜 차지하고 있느냐’는 말을 했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데도 윽박지르며 삿대질을 했다”며 “눈물도 흘려봤고,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왔다”고 했다.

직원들은 사장과 공장장에게 연락하거나, 고충처리함에 투서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A씨 행위를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노동자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체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하림 측은 “2019년 사건이 접수돼 직원 면담 등 조사와 모니터링을 했지만 기계 소음과 안전 예방 때문에 (A씨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 외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면 제대로 파악하고,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림 측은 또 “(생산성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한 것은) 멘토 역할을 하는 숙련자의 작업 처리 과정을 잘 배워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2019년 이후 고충처리함에 (직장 내 괴롭힘이) 접수된 것은 없었다”고 했다. A씨는 “현장에 기계 소리가 크고 귀마개를 착용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목소리가 커지는 부분이 있다”며 “생산성 기준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고, 직장에 잘 다닐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인데 (직원들이) 힘들다고 생각했다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설명과 달리 직원들은 “A씨 행위는 기계를 가동하지 않는 아침 조회 시간에 주로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배기영 하림 신노조 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을 낼 예정”이라며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배 위원장은 이어 “하림은 재계 30위권 대기업인데도 이직률이 높다”며 “그 원인 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림은 책임감을 느껴 경직되고 수직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익산지청은 지난달 말 수시 감독 결과 하림이 공장 내에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기준을 위반한 12건을 적발하고 사법처리로 넘겼다. 산업재해 미보고와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했다. 지난달 국정감사 때 하림은 어용노조를 이용해 새노조를 조직하려는 조합원들을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송옥주 의원은 “하림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며 “익산지청의 조사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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