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직원에 ‘노조 탈퇴’ 운운…중노위 “실질적 지배 원청, 부당노동행위 맞다”

이혜리 기자
노동조합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노동조합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학교법인 인덕학원 소속 팀장이 용역업체 직원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한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원청이 용역업체 직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노동행위 주체인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노조가 인덕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중노위는 지난달 28일 노조 신청을 받아들여 인덕학원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노조는 인덕학원 소속의 시설관리팀장이 노조 조합원에게 “노조에서 탈퇴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 신청을 냈다. 지난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각하 판정을 내렸는데, 이번에 중노위가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사건 쟁점은 학교법인이 용역업체 직원들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될 수 있는지였다. 학교법인은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직원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는 기준으로 사용자 개념을 판단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중노위는 현대중공업 판결을 인용하면서 학교법인이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될 수 있다고 봤다.

중노위는 “근로자의 단결권 등 노동3권에 대한 침해행위가 반드시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개입 행위라는 사실행위로써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도급계약 관계에서 원청이 하청 소속 근로자의 기본적인 근로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중노위는 학교법인과 용역업체가 체결한 용역계약서를 보면 그러한 점이 드러난다고 했다. 학교법인이 용역업체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행사 집기 운반이나 제설작업 등 업무를 요청하면 용역업체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라야 하는 등 포괄적 지시권의 근거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법인이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결정·지급하고, 근무태만에 대한 제재에 관여한다는 점도 감안했다.

학교법인 측은 시설관리팀장이 사업주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가 아니고 단순한 개인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했지만, 중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노위는 앞서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고, 이후 경영계가 반발해왔다. 노조 쪽을 대리한 김요한 노무사는 “CJ대한통운 판정 이후 원·하청 간접고용 구조가 첨예한 쟁점이 되다보니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협소하게 보려는 경향이 있었고, 이 사건 초심에서도 불법 파견 여부로 다툼이 이어졌다”며 “불법 파견과 적법한 도급관계인지 여부를 논외로 하고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는 데 판정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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