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공장서 일한 청소노동자, 직업성 암으로 첫 산재 인정

이혜리 기자
2014년 8월18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직업병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2014년 8월18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직업병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 공장에서 일한 뒤 암에 걸린 청소노동자에게 산재가 인정됐다.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엔니지어와 같은 노동자가 아니라 청소노동자에게 산재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에서 근무하다 유방암에 걸린 청소노동자 황모씨의 산재 신청을 근로복지공단이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황씨는 약 19년간 미싱사로 근무한 뒤 택시운전사, 요양보호사를 거쳐 삼성 공장에서 청소노동자로 10년간 일했다. 황씨는 2020년 11월 정년 퇴직 후 지난해 4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지난달 20일 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황씨의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려면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위원회는 황씨가 미싱사로 근무하던 기간에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야간·철야작업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외 사업장에서도 격일제나 변형 또는 3교대로 근무해 야간 근무 이력이 약 20년 이상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또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서 스막룸을 청소할 때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막룸은 클린룸(무균실)으로 이뤄진 공장 라인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공간으로, 라인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방진복 등 옷을 갈아입는 곳이다.

반올림은 이번 산재 승인을 환영했다. 유방암은 야간근무가 주요한 유해요인으로 알려져있지만, 그동안에는 산재 심사 과정에서 야간근무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번 산재 심사에서도 공단의 전문조사 필요성 여부 자문 결과에서는 미싱사 시기 주 1~2회 야간·철야 작업은 야간근무로 인정하지 않았고, 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시기의 교대근무는 야간근무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위험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위원회는 황씨의 근무이력 전반을 야간근무로 인정했다.

그동안 직업병과 관련해 주목을 받은 곳은 클린룸이지만, 이번에는 황씨처럼 스막룸에서 청소를 했던 사례가 산재로 인정된 의미도 있다. 클린룸에서 스막룸으로 들어온 생산공정 노동자들의 옷, 신발, 장갑 등에 화학물질이 묻어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던 반면 위험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공단이 인정한 것이다. 황씨가 소속돼있던 협력업체 측은 스막룸은 청결관리, 방진복·방진화 교체, 소모품 진열, 정돈 등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올림은 현재까지 13명의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피해 제보를 받은 상태다.

반올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의 노동자로는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가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외에도 다양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의 경우 존재도 사회적으로 아직 잘 드러나 있지 않은 상황이라 노출가능한 위험이 무엇인지, 피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있다”고 했다. 반올림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피해사례가 많이 알려져야 하고, 청소노동자의 진술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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