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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택배요금 인상분 절반 기사에게 안 온다” 조사 결과 공개

이혜리 기자
지난 19일 오전 서울 금천구 CJ대한통운 가산 서브터미널에 택배 박스들이 배달을 위해 분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서울 금천구 CJ대한통운 가산 서브터미널에 택배 박스들이 배달을 위해 분류돼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28일로 한 달이 됐다. 택배노조는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CJ대한통운이 노동환경 개선 등 명목으로 올린 택배요금의 절반이 기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택배노조는 택배기사 30명의 지난해 배송 내역 240만여건(월 20만여건)을 자체 조사·분석한 결과, 평균 택배요금이 지난해 1월 1건당 2023.9원에서 12월 2266.4원으로 242.5원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논란이 된 후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는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 등에 필요한 원가 상승 요인을 170원이라고 확인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실제 인상분을 노동환경 개선 등에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이윤으로 챙긴다고 주장해왔다. 한 해 전체 택배 물량이 18억건에 달해 이번 자체 조사에 활용된 240만 건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택배요금이 140원 가량만 올랐다는 CJ대한통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의 기업설명(IR) 실적 자료를 살펴봐도 택배 평균판매단가가 1분기 1999원, 2분기 2132원, 3분기 2193원으로 1분기와 비교해 2~3분기에 평균 163.5원 올랐다고 분석했다.

노조는 설령 택배요금 인상분이 140원이더라도, 이중 절반이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지급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CJ대한통운 등 택배업계 쪽에서 인상분의 절반이 택배기사 수수료에 반영되고 있다며, 택배사가 이윤을 챙기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데 대한 반박이다. 노조는 집화(배송할 물건을 업체에서 받아오는 것) 수수료의 경우 정률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요금이 인상되면 비율에 맞춰 수수료도 인상되지만, 배송의 경우에는 요금 구간과 급지에 따라 수수료가 ‘정액’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수수료에 모두 반영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택배요금이 1700원이었다가 140원이 인상돼 1840원으로 오르더라도 배송 수수료 급지표상 요금 1700원~1899원 구간은 1급지(배송 난이도에 따라 나눈 단계) 기준으로 수수료가 800원이기 때문에 기사가 받는 액수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택배요금이 1800원이었다가 140원 인상돼 1940원으로 오른 때도 마찬가지다. 급지표상 요금 1900~2299원까지는 1급지 기준 수수료가 820원이라 2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노조는 이를 종합하면 지난해 택배기사의 수수료 인상분은 40.2원으로, 자체 추산한 택배요금 인상분(242.5원)의 약 16%에 불과하다고 했다. 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택배요금 인상분이 얼마이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같은 노조 측의 분석·주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택배기사 수수료는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근거없는 주장과 악의적 비방에 대해 유감”이라며 “명분 없는 파업을 중단하고 택배 배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는 택배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업계 전체의 합의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택배사가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전날 성명을 내고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주요 택배사들의 이중적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시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고 택배 노동자들과 대리점주들의 노동환경과 계약조건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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