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헌재 고용허가제 합헌 결정했지만, 국회는 입법 개선 나서야”읽음

이혜리 기자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엿새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엿새 앞둔 7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 허가를 받아 국내에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고용허가제(외국인고용법 제25조 등)에 대해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의 합헌 결정이 이 제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헌재가 합헌 결정을 했더라도 입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노동계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인권 침해라고 비판해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7일 낸 ‘헌법재판소의 고용허가제 합헌 결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양승엽 조사관은 “입법자들은 영세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인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본권도 향상시킬 외국인 고용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장 변경 제한을 폐지할 경우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을 감안해 헌재가 현행 고용허가제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그러한 현실적 파급 효과를 이유로 공동체 구성원인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돼서도 안 되기 때문에 국회가 입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노동법을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 조사관은 “헌재의 합헌 의견이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자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인 파급력과 정책적 시각에서, 이 문제는 이해당사자를 조정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입법자가 나서야 할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 조사관은 사업장 변경 횟수인 3회를 연장하고, 사업장 변경 사유를 확장하는 방안을 과도기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행 법은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휴·폐업, 노동조건 위반, 부당한 처우 등 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기존 사업장에서 노동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횟수도 3년 내 3회를 초과해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양 조사관은 “위험한 작업환경, 높은 노동강도, 사용자의 반복적인 부당한 업무지시 등의 사유가 포함되게 확장해 외국인 근로자의 직장 이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이는 시행령과 고시 등의 개정이 필요한 행정부의 영역이지만 입법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제도 개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 조사관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토대로 하되, 이제는 공동체 일원이 된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권 또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서로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상생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입법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은 고용노동부의 용역연구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와 횟수 제한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첫 사업장에서 1년간은 변경할 수 없고, 1년 이후에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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