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콜센터 노동자 47%, 한 번쯤 해 본 생각 “살고 싶지 않아”

윤기은 기자

인권위, 1990명 설문조사 결과

오죽했으면…콜센터 노동자 47%, 한 번쯤 해 본 생각 “살고 싶지 않아”

극단적 선택 떠올린 이유 55% “경제적 불안”
스트레스 등 직장 내 문제도 53%
폭언 월 12회…4명 중 1명 “용변 제대로 못 봐”

“계속 전화를 받고 있는데 단체메신저에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는 거예요. 몇 콜, 몇 콜, 몇 콜…. 그러는 중에 미흡이나 오상담이 있으면 팀장으로부터 쪽지가 오는 거죠. 전화는 전화대로 받으면서 쪽지나 메신저를 계속 눈으로 확인해야 하니까 정신적인 고충이 엄청났어요.”(공단 콜센터 상담노동자 A씨)

“화장실 5분 이상 가면 보고를 해야 되고 (콜이 밀려) 빨간불이 들어오면 빨리 전화받으라고 소리를 질렀고요.”(공단 콜센터 상담노동자 B씨)

“웃긴 건, 저희 상담사가 잘못한 게 없는데 사과를 하잖아요. 콜센터가 잘못한 게 없어도 사과하라고 교육합니다.”(공공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상담노동자 C씨)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어려움과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공개한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콜센터 상담노동자 1990명 중 947명(47.6%)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극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고강도 노동, 감정노동에 시달렸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상시 노출됐다. 처우 개선을 건의할 상담창구도 미흡했다. 인권위의 의뢰를 받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8월부터 두 달간 콜센터 상담노동자 19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55.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낮은 임금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소속 업체 변경, 원하청 계약해지 등으로 고용불안을 한 번 이상 느껴봤다’는 상담사도 각각 40.5%, 43.2%였다.

2013년부터 콜센터 상담일을 해온 C씨는 시급 1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으며 현재 몸담은 대리운전 업체에서 임금 체불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등 직장 내 문제(53.4%)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 스트레스 원인은 감정노동(76%), 상담 많음(57%), 상담 내용 어려움(16%) 순이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이 고객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경우는 월평균 12회에 달했고,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월평균 1.1회였다. 한국비정규직센터는 “콜센터 상담사의 38.4%가 우울증 진단기준에 부합했다”고 분석했다.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일하는 동안 ‘오줌권’마저 잃었다. 화장실에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는 답변자가 25.3%였다. 업무량이 많거나, 화장실을 자유롭게 못 가도록 한 체계 탓이다.

직장 내 부당처우 개선 체계도 미흡했다. 응답자의 40%는 ‘직장 내 부당한 처우를 해소할 수 있는 고충 처리 절차가 있는가’란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설치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답한 비율도 46%였다. 사측이 노동조합원의 수입과 집안 상황 등을 감시한 사례도 있었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상담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경쟁구조를 없애는 것”이라며 “콜센터 구조상 한 업체에 하청이 보통 4~5곳이 붙는다. 이런 구조에서 고객의 욕조차 실적이 되기 때문에 상담사 개인 감정은 무시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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