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첫 최저임금 심의 절차 시작…‘플랫폼 노동자 소득 보장’ 논의도

이혜리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23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6월23일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절차가 31일 공식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지만 달성하지는 못했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최임위는 다음달 5일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법상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임위는 90일 내에 심의·의결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통상은 시한을 넘겨 노·사가 공방한 끝에 7월 말 심의·의결이 끝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해지는 첫 최저임금인 것이다. 최임위에 참여하는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노동부 장관은 최임위 결정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새 정부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웠지만 끝내 달성하진 못했다. 집권 초반 10% 넘게 인상했지만 2021년도 최저임금은 1.5% 인상으로 1988년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 이래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전년보다 5.1% 인상됐다. 5년간 평균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때(7.4%)보다도 낮다.

심의 과정에서는 최저임금을 얼마나 인상할 것인지를 두고 노·사가 각각 안을 내고 조율하는 절차를 거친다. 양측이 올해 심의에서 어떤 안을 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심의에서는 최초안으로 노동계는 1만880원, 경영계는 동결을 제시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에 인상하지 않기는 어렵고,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률을 놓고 세게 다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언급한 만큼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계는 반대, 경영계는 찬성 입장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작과 맞물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노총 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는 이날 서울 중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플랫폼 노동자 적정소득 보장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며 ‘국가는 근로자의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는 헌법보다 하위 규범인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택배·가사서비스·음식배달 노동자 214명을 조사한 결과, 월 평균 수입이 346만원이었으나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125만원으로 나타났다. 차량 유지비·유류비·수리비·보험료는 스스로 부담하지만, 주휴수당·4대 보험료 등은 보장받지 못하는 점을 포함해 계산한 것이다. 박 소장은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오분류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표준적인 업무량과 노동시간을 직종별로 마련하고 이에 따른 최저임금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헌법상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법과 유사한 별도 입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업종을 정해 최저공임을 정하거나, 작업에 소요되는 평균시간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작업에 대한 공정단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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