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업체-라이더, 배달료 하한선·수수료 상한선 합의…“상생 위해”읽음

이혜리 기자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타자하나로 교육장에서 라이더유니온과 배달대행업체 타자하나로, 부릉 관계자들이 임금협약식을 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제공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타자하나로 교육장에서 라이더유니온과 배달대행업체 타자하나로, 부릉 관계자들이 임금협약식을 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제공

라이더유니온과 경남 창원지역의 배달 대행업체들이 기본 배달료의 하한선, 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한 임금협약을 맺었다. 배달노동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안전배달료를 규정하는 법도 없는 상황에서 노·사가 자체적으로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하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경남 창원지역의 배달 대행업체인 타자하나로와 부릉은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타자하나로 교육장에서 라이더유니온과 임금협약식을 가졌다. 두 업체와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10월 단체협약을 맺은 후 6개월간 논의 끝에 임금협약에 합의했다.

이번 임금협약의 핵심 내용은 음식점이 배달 대행업체에 내는 기본 배달료를 1건당 3500원 이상으로 하고, 여기서 대행업체가 떼는 수수료율은 11%(액수로는 600원)를 넘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다. 지역 배달의 경우 대행업체들이 음식점 유치 경쟁을 하면서 배달료가 형성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대행업체가 임의로 배달료를 내리거나 수수료율을 올리면 배달노동자가 받는 돈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대행업체 조정에 따라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정 최저임금 적용도 되지 않았다. 적정 수준의 급여를 받으려면 배달 건수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배달노동자가 도로에서 속도를 높이고 신호를 위반하는 등 위험 주행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임금협약은 배달노동자가 받는 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조봉규 라이더유니온 부산경남지부장은 “배달대행업체가 가맹점(음식점)을 유치하려고 저가 배달료 경쟁을 하면서 배달료를 내리면 배달노동자는 어쩔 수 없이 내려간 배달료를 받는 문제가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배달료) 단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3500원 이하로는 내리지 말자고 합의가 된 것”이라고 했다. 조 지부장은 “법이 제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대행업체 대표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조금 더 빠르게 노·사 합의로 우리들만의 규칙을 정할 수 있었다”며 “전국적으로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배달 대행업체와 배달노동자가 상생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주성화 타자하나로 대표는 “라이더가 없으면 배달시장도 없다. 실질적으로 배달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원동력이 되는 라이더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라이더들은 묵묵히 일을 했고, 그래서 배달시장도 커졌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이번 임금협약이) 모험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노조와 상생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노동자 수는 42만8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배달노동자의 노동권 보호와 관련 법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라이더유니온은 안전 배달료 도입과 배달 대행사업자 등록제를 내용으로 하는 라이더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논의가 진전되지는 못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작과 맞물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배달 노동자, 플랫폼 기업 관계자, 정부 부처 담당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배달노동자 기본권 보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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