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 일자리 잃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읽음

이혜리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해고 통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해고 통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노동절인 1일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국지엠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7명이 이날부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부평공장 13명, 창원공장 4명이다.

한국지엠은 그동안 불법 파견이 문제돼왔다.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 소속 정규직과 함께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기한 제한 없이 비정규직으로 쓰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다.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2015년 법원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2심 모두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한국지엠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포함한 지휘·명령을 했고 정규직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있으며 근로조건도 한국지엠에 의해 좌우됐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하지만 소송 제기로부터 8년째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 상고로 대법원에 사건이 2020년 올라갔지만 대법원이 여태까지 심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특별 채용으로 정규직 전환하겠다며 노조에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1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직접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한해서만 특별 채용을 진행했다. 1·2·3차, 직접·간접 공정을 가리지 않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과 다르다. 특별 채용 진행 결과 260여명의 노동자가 채용됐고, 17명은 거부해 결국 해고됐다. 이들은 당분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그 중 한명인 40대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접 공정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정규직 라인의 물품을 갖다주는 일을 하는데 (특별 채용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게 불만이었다”며 “회사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일회용처럼 노동자를 대우하는, 이런 해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평2공장은 연말 폐쇄계획에 따라 이날부터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되지만 비정규직 대책은 여전히 없다. 앞서 정규직 노조인 한국지엠지부는 사측과 부평1공장으로 500여명, 창원공장으로 700여명을 전환배치하는 고용안정 조치에 합의했는데 비정규직 대책은 빠졌다. 1교대로 전환하면 인력 절반은 나가야 한다. 노조는 300여명 중 150여명이 5월 중 일자리를 잃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영수 부평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공장이 조만간 폐쇄로 가면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식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0일부터 부평공장 정문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2일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신속한 판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회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다 비정규직이 다 해고돼 죽어간다”며 “비정규직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도록 계속 방조할 것인지 대법원에 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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