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이상’ 사업장, 임·단협 협상에 영향 미칠지 촉각

이혜리 기자

대법 ‘연령 차별’ 판결 영향과 반응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300인 이상 사업체 중 2019년 기준 54%가 ‘임피’ 시행
노동계 “폐지해야”…노동부 “현장선 큰 변화 없을 것”

대법원이 26일 정년 연장 등 보상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합리한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하자,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실상 의무 도입돼온 임금피크제에 노사 협상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금피크제란 노동자가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그 이후로는 임금을 일정 비율씩 감액해 고용을 연장·유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령자고용촉진법은 2016년부터 노동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임금피크제)를 하도록 규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을 밀어붙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운용 중인 곳의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 2017년 53.0%, 2018년 54.8%, 2019년 54.1%로 증가했다.

‘정년 60세 이상’ 사업장, 임·단협 협상에 영향 미칠지 촉각

문제는 이전에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이던 사업장이다. 정년이 60세 미만인 사업장의 경우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 삭감의 보상으로 정년 연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이유로 정년을 60세 초과해 연장하지 못하게 한 정부 권고 속에서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이던 사업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때문에 노동자 임금 삭감만 되는 처지에 놓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이른바 ‘정년유지형(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는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개별 사업장에 따라 상황이 달라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서 이번 판결로 바로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354개 공공기관 중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213곳(60.2%)이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인해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협상의 문이 열렸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정부 방침에 의해 공공기관에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지만,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임금피크제에 연령 차별의 합리적 이유라고 볼 수 있는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에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대상 노동자들이 입은 불이익이 과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임금 삭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조치가 있어야 하고,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원래 도입 목적에 사용됐어야 한다고 했다. 즉, 이 요건들이 충족되는지를 각 사업장에서 노사가 따져보게 되는 것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법원이 무효 사유로 밝힌 네 가지 지점이 현장에서 문제될 수 있다”며 “그동안 공공기관들은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서 했다고 하고, 기재부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노사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기관별로 특별 교섭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접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할 때는 청년 신규 인력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숙련된 실무 인력은 감소하고 일선 노동자들 불만은 증가하는 등 본래 취지는 실현되지 못하고 임금만 깎는다는 것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 수급시기까지의 정년 연장과 사회안전망이 함께 구축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고용유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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