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밖 봉제 노동자들 "코로나19 지원금 딴 세상 이야기"

유선희 기자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센터.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북부고용센터. 연합뉴스

제2차 추가경정예산 의결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에 대한 코로나19 지원금이 늘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제도권 밖 노동자’들이 있다. 봉제 노동자들이다. 봉제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봉제 노동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지원금이 “남의 이야기”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 소관 추경예산 중 증액사업 규모는 1조7361억원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특고·프리랜서와 법인 택시기사 등에 대한 소득안정을 위해 편성됐다. 특고·프리랜서에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규모는 1인당 200만원이다. 기존 100만원에서 늘었다. 기존 수급자는 별도 심사 없이 200만원이 지급된다. 일반(법인) 택시기사는 1인당 300만원을 특별지원 한다.

반면 대다수 봉제 노동자는 이번 지원금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득을 증빙할 서류가 없어서다. 이들은 앞서 노동부가 5차례 제공한 특고·프리랜서 대상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받지 못했다.

봉제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하다. 길게는 30년 넘게 미싱 일을 했는데 근로계약서를 쓴 노동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이들은 주로 ‘근로자에게 일정한 노동량을 주고 수행정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도급제(객공)로 일한다. 옷을 만드는 수량당 돈(공임)을 받고 일하는 방식이다. 일감이 점점 떨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공장을 찾아 전전해야 하는 처지다. 국세청에 별도로 소득신고는 하지 않는다. 이정기 서울봉제인지회장은 “과거에는 착취를 당했고, 지금에서는 이런 노동환경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어도 정작 소득 입증이 어려워 지원금은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했다.

노동부는 근로계약서가 없는 데다 국세청에서 소득증빙이 되지 않으면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일일이 조사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면대면 심사가 아닌 서류를 보고 심사하는데, 양이 많아 서류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다. 어느 직종이 되고 안 된다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지원금이 봉제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줬다면서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강도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근로계약을 쓰지 않는 관행이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고, 노동자들 역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는 소득신고를 통해 세금도 내야 한다”며 “소수 봉제 노동자는 프리랜서로 인정돼 지원금을 받기도 했는데 정부가 소득 인정 부분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봉제 노동자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려면 4대 보험 가입이 중요한데, 공장 자체가 열악하고 소득이 낮아 세금을 낼 능력이 안되는 사업자와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부를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아직도 ‘인간기계’처럼 일해…정부 코로나 지원에선 빠져”[우리는 미싱사입니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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