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판결 파장에 진화 나선 노동부···임금체계 개편도 시사

이혜리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크라운제과 본사에 방문해 임금피크제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크라운제과 본사에 방문해 임금피크제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일선 사업장에서 이를 둘러싼 노사 협상 또는 분쟁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고용노동부가 현장 의견수렴과 설명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정년 연장 등 보상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합리한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크라운제과 본사를 방문해 임금피크제 관련 의견을 청취하고 대법원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이 장관은 “크라운제과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의무화를 배경으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며 “이번 판례에서 다룬 임금피크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대법원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도 항상 위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 대상인 사업장은 임금피크제를 정년 연장 조건으로 도입(정년연장형)한 게 아니라, 정년을 그대로 두고 도입(정년유지형)한 게 문제가 됐다.

노동부는 이날 판례 분석을 토대로 한 ‘임금피크제 연령 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자료도 냈다. 노동부는 자료에서 “고령자 고용 안정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목적이 정당하고, 불이익 보전 조치가 이뤄지는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도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나 명목만 임금피크제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 노동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한다면 예외적으로 연령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판결에서 임금피크제에 연령 차별의 합리적 이유라고 볼 수 있는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에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대상 노동자들이 입은 불이익이 과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임금 삭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조치가 있어야 하고,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원래 도입 목적에 사용됐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전날 산하조직에 임금피크제 관련 대응방향 지침을 배포했다. 한국노총은 지침에서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노조는 해당 조합원의 소송 지원,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는 통상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이며, 엄격한 절차적 요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현장 방문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고령인구 증가, 다양한 근무형태 확산 등 노동시장의 메가트렌드에 슬기롭게 대응하기 위해서 장년과 청년, 노동자와 사업주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임금피크제 판결을 계기로 임금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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