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듣고 수당 뜯기고…고달픈 IT 프리랜서

조해람 기자

국회 토론회서 ‘판교지역 실태조사’ 발표

10명 중 4명은 계약 이외 추가 업무 강요받거나 임금 체불도
비대면 성희롱 9.3%…다단계 하도급·플랫폼노동 ‘법의 사각’

판교 정보기술(IT) 프리랜서 10명 가운데 4명은 계약 외 추가 업무를 강요받거나 임금이 밀리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3명은 연장·추가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했다. 노동권을 거의 보호받지 못하는 IT 프리랜서를 보호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IT 프리랜서의 불안정 노동 특징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1년 8~9월 경기 성남 판교에서 일하는 IT 프리랜서 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분석했다.

IT 프리랜서들은 일감을 얻기 위해 에이전시에 소속되거나 숨고·크몽 등 구인 플랫폼에 크게 의존한다. 김 연구위원이 이번 조사에 앞서 2020년 실시한 플랫폼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이용하는 플랫폼 개수는 평균 2.4개로 플랫폼노동자 평균(1.6개)보다 많다. 일감당 수수료는 18.5%로 전체 평균인 15.2%보다 많이 떼였다.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때도 수수료는 평균 21.8%로 전체 플랫폼노동자(17.0%)보다 높다.

이 같은 의존관계에서 프리랜서들은 부당한 대우를 자주 당했다. 판교 IT 프리랜서 중 56%가 에이전시 이용 과정에서 피해를 보았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은 허위경력 기재 강요나 과도한 수수료 책정, 원청업체와의 분쟁 시 에이전시의 책임 회피 등으로 다양했다.

프리랜서 신분이고 비대면 업무 비중도 높았지만, 이들은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폭행이나 성희롱 등을 당했다. 22.7%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비대면 업무 중 폭행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중간보고나 최종보고를 대면으로 할 때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성희롱을 당했다는 응답도 9.3%였다.

계약 업무나 임금 관련 부조리도 만연했다.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당했다는 응답은 44%, 계약 체결 내용 이외의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응답은 41.3%였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했다는 응답도 28%에 달했다. 임금 관련 부조리는 ‘계약 보수 지연 지급’이 41.3%로 가장 잦았다. 이들의 계약·임금 부당대우 경험 비율은 다른 플랫폼노동자들보다 높았다. 2020년 플랫폼노동자 조사에서 IT 플랫폼노동자들의 34.5%가 ‘(계약기간 이상의) 부당한 지속적 작업을 요구당했다’고 답했다. 전체 플랫폼노동자 평균은 17.7%다.

부당한 처우의 원인은 에이전시 등 다단계 하도급과 플랫폼노동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 IT 프리랜서의 38.7%가 계약 업체가 지정한 곳으로 출근해 일하는 등 사실상 종속성이 있다. 하지만 8~10차까지 내려가는 하도급 구조와 프리랜서 신분은 이들의 법적 노동자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제도 개입 여지도 크게 줄인다.

김 연구위원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논의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구속력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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