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도사리는 낡은 산업단지

녹슬고 금간 안전…중대재해 10건 중 7건은 ‘노후 산단’서 발생

유선희 기자

지난달 31일 울산 남구 상개동 SK지오센트릭 폴리머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원청 직원 4명과 협력사 직원 3명이 크게 다쳤다. 이 중 5명은 전신 80%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생산 공정에서 원료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 중 인화성 액체인 사이클로헥산이 유출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직접 해당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업장에서는 4개월 전에도 톨루엔 저장탱크 내부 작업 중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지난 2월11일에는 전남 여수 여천NCC 3공장에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열교환기 기밀시험 중 열교환기의 덮개 이탈로 인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서 여천NCC 대표이사는 현재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유해 위험물질을 다량 취급하는 석유화학단지에서는 화재와 폭발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한번 발생하면 쉽게 규모가 커지기에 위험이 공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화학물질이 유출되면 인근 지역주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경향신문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사고 경험’ 노동자와 주민은 ‘트라우마’를 호소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낡은 설비를 지목한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의 기공연도를 보면 울산산업단지는 1962년, 전남 여수산업단지 1967년, 충남 대산산업단지는 1988년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5월)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할하는 64개 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중 약 70%가 4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에서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노후 산단에 제대로 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 구미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불산가스 10t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전남 여수의 해양조선소에서 암모니아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도 8년이 지났다.

대형 사고 이후 이런 대형 산단의 작업환경은 달라졌을까. 노동자와 산단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은 얼마나 확보됐을까.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산업재해와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갈 길이 멀다고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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