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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 평택공장, 지난 5월 ‘끼임사고 방지’ 권고 받았다

유선희 기자

산안보건공단, 고무덮개 등 3가지 권고

재발 방지·위험성 평가 개선 필요 의견

19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평택공장 모습. 문재원 기자

19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SPL 평택공장 모습. 문재원 기자

SPC 계열사인 에스피엘(SPL) 평택공장이 사망사고 발생 5개월여 전인 지난 5월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으로부터 ‘운전버튼을 양수조작식으로 변경’ ‘고무덮개 설치’ 등 끼임 사고 방지 조치 관련 권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SPL이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면 지난 15일 발생한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향신문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결과서’에 따르면 SPL 평택공장은 지난해 5월 심사에서 ‘적합’ 판정과 함께 권고 9건, 관찰 5건 등의 지적도 받았다.

SPL 평택공장에선 2020년부터 심사가 진행된 지난 5월까지 끼임과 넘어짐, 부딪힘 등 산업재해로 23명이 다쳤다. 2020년 13명, 2021년 7명, 2022년 5월까지 3명 등이었다. 여기에 지난 7일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생산라인 벨트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고, 지난 15일에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공단은 지난 5월2일부터 이틀간 SPL 평택공장에 대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코샤(KOSHA)-MS 인증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에 부적합 사항이 없어 KOSHA-MS 인증이 연장됐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안종주 공단 이사장은 “직접적인 그 부분(중대재해가 발생한 혼합기)을 감독해 조치했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한정적 직원으로 전수조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단은 SPL 평택공장에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도 끼임 산재와 방호조치를 지적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재해에 대한 ‘예방대책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면서, 재발 방지와 위험성 평가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결과서’ 중 끼임 산재 재발방지 위한 권고사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결과서’ 중 끼임 산재 재발방지 위한 권고사항.

공단은 끼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3가지를 권고했다. 먼저 배합기(혼합기)에 운전버튼을 양수조작식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양수조작식 장치는기계로부터 안전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된 버튼이다. 이외에도 전동자키 아래쪽에 끼임을 방지하기 위한 고무덮개 설치, 컨베이어에 끼임 방지를 위한 덮개 설치 등을 권고했다. ‘위험기계·기구 방호조치’ 지침서 등의 내용 정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위험성평가 부분도 지적됐다. 공단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공정에 대해 수시로 위험성 평가를 해야 하지만, 사고조사보고서에 해당 작업만 작성된 상태”라면서 “해당 공정에 대해 재해예방 대책을 포함한 수시 위험성 평가를 절차서에 맞게 실시하라”고 했다. 관련 지적은 ‘관찰사항’으로 제기된 것으로, 관찰은 차기 심사 때 또 적발되면 ‘부적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관련 권고도 있었다. 공단은 SPL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 기준을 회사 상황에 맞게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평가하라”고 했다. 또 대표이사 내용을 추가하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로 변경할 것 등을 권고했다. 책임과 권한 내용이 절차서의 업무절차 내용과 일치되도록 보완하라고도 했다.

이러한 권고·관찰 사항이 나온 지 5개월여 뒤 끼임 산재 2건이 잇따라 발생했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공단의 지적사항 이후 대표이사가 어떤 후속조치를 했는지 따져봐야 하는 지점이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등을 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펼치고 있다. 김창길기자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20일 서울 양재동 SPC본사 앞에서 진행한 SPL 평택공장 산새자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펼치고 있다. 김창길기자

고용노동부도 SPL 평택공장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6차례 산업안전보건 감독·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끼임사고의 방호조치 미흡 부분에 대해 한 건도 지적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현장의 위험상황 신고 등이 없었다”고 했다.

노동부는 오는 24일부터 12월2일까지 식품혼합기 등 유사 위험기계와 장비의 안전조치 이행여부 집중단속에 나선다. 단속 사업장은 식품제조업 3만5000여개와 안전검사 대상 기계 등 사용업체 10만여개소 등이다. 단속 대상은 식품 혼합기와 이와 유사한 위험 기계·장비이면서 제조업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달비계와 굴착기 등 12대 기인물(재해를 초래한 직접원인이 된 설비,시설 등)이다. 주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 프레스, 크레인 등도 포함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식품 혼합기 등 식품가공용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30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명이 사망했고, 299명이 다쳤다. 299명의 부상자 중 190명(63.5%)이 90일 이상 일을 못 했는데, 이 중 183명(96.3%)이 식품가공용 기계에 끼여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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