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노동부에 전달한 ‘중대재해법·령 개선방향’ 문건 공개…“부칙 개정해 50인미만 사업장 시행유예”

유선희 기자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문건 일부 발췌.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제공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문건 일부 발췌.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제공

기획재정부가 2024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법률 부칙을 개정해 시행유예를 중소기업의 핵심이슈로 제기” “법률 개정의 소요기간 등을 고려, 제한적 개선을 위해 시행령 개정 우선 추진” 등의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주무 부처는 노동부라는 점에서 기재부의 문건 전달이 ‘월권’이라는 논란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일 공개한 기재부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향’을 보면 기재부는 기본적으로 ‘법 개정’을 목표로 두고 있다. 기재부는 “법률 개정의 소요기간 등을 고려, 제한적 개선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우선 추진한다”면서 “근본적 개선을 위한 법률개정의 경우 ‘중대재해감축 로드맵(22년 10월 마련 예정)’ 추진과 연계해 2023년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8월10일 노동부에 전달했다. 노동부는 같은달 말에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정책안을 발표했다. 기재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노동부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노동부는 “월권으로 보지 않고 정부 부처의 의견 제시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2024년 1월까지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해선 적극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안전경영 체계구축을 위한 자체 역량확보가 가능하도록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유예를 중소기업계 핵심이슈로 제기”해야 한다면서 “법률 부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내용은 기재부와 노동부가 연구용역을 준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진 않다. 시행령 제5조 ‘안전·보건 관계 법령’ 구체화, 제4조와 5조의 ‘필요한’ ‘충실한’ 등 모호한 규정 정비 등이 담겼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코샤(KOSHA)-MS 등 공인된 안전경영체계 구축 인증을 받은 경우 법령상 업무절차 의무이행을 인정하는 신설안도 담겼다.

‘경영책임자 정의 확대’는 참고 형식으로 법률 개정안으로 포함됐다. “최고안전담당자(CSO)가 선임된 경우 경영책임자로 인정”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는 경영계의 주요 요구 내용 중 하나다.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경제벌(과징금)로 전환할 것도 담았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해 현행법에는 ‘중대재해’로 돼 있는데 이를 ‘중대시민재해’로만 한정하자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이러한 개정방향을 제시하면서 향후계획으로 “고용노동부가 8월말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 우리부(기재부) 개정 의견 반영”을 명시했다. 장혜영 의원은 “기재부가 노동부에 전달한 문건은 용역보고서를 단순 요약했다는 기재부 주장과 달리 기재부의 입장이 들어갔고, 용역보고서엔 없는 형사처벌 삭제 등이 담겼다”며 “기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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