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파업권 제한”…‘법치’ 앞세운 정부에 ‘협약 준수’ 서한읽음

유선희 기자

업무복귀 명령 관련 ‘긴급개입’…2013년 철도파업 후 9년 만에

추경호 “단순 의견에 불과”…민주노총, ILO에 정부 제소 검토

<b>계속되는 강 대 강 해법</b>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계속되는 강 대 강 해법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제노동기구(ILO)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과 관련해 긴급개입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국제운수노련(ITF)은 공동 명의로 ILO에 ‘긴급개입’ 요청 서한을 보냈다.

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카렌 커티스 ILO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은 지난 2일 한국 고용노동부에 ‘즉시 개입’ 공문을 보냈다. ILO는 이를 통해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해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전달했다.

ILO는 회원국 노동조합 등의 요청이 있으면 협약 내용과 해당 정부에 대한 기존의 권고, 사안의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무총장 직권으로 긴급개입을 할 수 있다. ‘결사의자유위원회’와 같은 감독기구를 통해 제소 등을 하는 절차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ILO가 이번에 한국 정부에 전달한 입장은 2018년 ILO가 발간한 ‘결사의자유위원회 결정 요약집’에 근거한다. 요약집은 “장기간 총파업이 인구의 생명, 건강 또는 개인적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업무복귀 명령이 합법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운송회사, 철도 및 석유 부문 등의 서비스 또는 기업 운영 중단은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에서 파업 시 근로자를 동원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근로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ILO 개입 요청서 작성을 담당한 루완 수바싱게 ITF 법률국장은 “ILO가 정부에 긴급개입 개시 통보 공문을 송부하면서 기존 ILO의 입장을 첨부한 것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ILO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강제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을 비준했고, 지난 4월부터 발효됐다.

노동계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제87호 협약과 제29호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ILO 협약을 비준한 정부는 최소 3년마다 국내법이 협약 조항에 부합하는지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생긴다. 이 때문에 이번 ILO의 개입은 그 자체로 단순한 의견 전달을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4일 “(이번 긴급개입에 대한) 답변 의무 강제성은 없지만,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관계부처와 내부 회의를 통해 방향을 잡고 답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답변까지는 최대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책회의 브리핑에서 “ILO로부터 사무총장 명의로 서한이 온 것은 맞다”면서 “다만 이는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한 것으로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긴급개입 요청에 이어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ILO가 소송에서 민주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한국 정부에 권고안을 낼 수도 있다.

ILO가 한국의 노동문제에 개입한 것은 2013년 10월29일 철도노조 파업 탄압 문제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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