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단위’ 노동시간 허문다…‘주69시간 허용’ 윤 정부 노동정책 권고

유선희 기자

주 단위 →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

1주 초과근무 한도 12시간 → 29시간 두배 이상

임금은 연공·근속연수 → 직무·능력 중심 개편

이정식 장관 “빠른 시일 내 입법안 마련하겠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편안을 준비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초과근무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12일 정부에 권고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일주일간 최대 노동시간이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연구회는 또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은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연구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혁명 등에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 획일적인 방법은 한계가 분명해 근본에서 재검토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또 개인의 직무·능력과 연계된 임금체계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회는 정부에 제안할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고자 지난 7월18일 발족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노동계의 의견 수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성원 12명이 모두 대학교수로 꾸려졌고 노동계 간담회도 진행되지 않았다. 연구회는 지난달 경영계와 전문가 간담회를 하면서 노동계도 별도 간담회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연구회가 이날 내놓은 권고문은 정부안으로 대폭 수용될 예정이라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노동개혁’의 큰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의 핵심은 ‘일주일 초과근무 12시간 한도’를 허무는 것이다. 초과근무 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한다. 권고안에 따르면 초과근무 단위 개편 시 초과근무 총량 한도는 월 52시간, 분기(3개월) 140시간, 반기(6개월) 250시간, 연(1년) 440시간 등이다. 대신 노동자 건강권 보호 장치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등도 제안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일주일간 노동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넘을 수 없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연구회 권고안대로 초과근무 시간 관리 단위를 월로 바꾸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일주일에 최대 29시간 초과근무가 가능하고,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주 6일 기준으로 11시간30분에 이른다.

연구회는 노동시간 개편으로 노동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초과근무 한도를 정했으며, 그 한도는 월 단위(52시간) 대비 길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시간만큼 노동강도도 과로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연구회가 내놓은 건강권 보호 관련 뚜렷한 대책도 ‘11시간 연속휴식’이 유일하다. 연구회는 야간노동 등에 대한 대책은 노동부로 공을 넘겼다. 연구회는 “다양한 검토를 했는데 명시할 수 있는 권고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 단위’ 노동시간 허문다…‘주69시간 허용’ 윤 정부 노동정책 권고

연구회는 초과근무 시간 관리를 월 단위 이상으로 바꾸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한 한국에서 노사가 대등한 지위로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연구회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과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안도 제시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유연근무제의 하나로, 일주일 평균 52시간을 유지하면서 노동자가 근무일, 근무시간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연구개발만 3개월, 그 외 업종은 1개월만 허용했는데 이를 ‘전 업종 3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사업장의 다양한 직군만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부분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담았다.

임금체계는 현재의 연공 중심에서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안을 권고했다.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또 업종별로 임금체계가 설계·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연구회는 “임금체계에 직무 및 직종, 직군의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법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령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기 위한 임금·직무 조정 등 관련 제도 정비,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위한 상시 근로감독, ‘상생임금위원회’ 설치·운영 등도 권고했다.

연구회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대한 예측 가능성 제고’ ‘대체근로 사용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개선 검토’ 등도 권고안에 담았다. 노동계는 이미 이에 대해 “파견업종 기준을 완화하고, 헌법에 보장된 파업에 대한 권리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연구회는 “추가개혁 과제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어떤 답을 제안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연구회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더 거칠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초쯤 정부안과 입법 일정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문가들의 진단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온 힘을 다해 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하겠다. 빠른 시일 내에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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