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노동자도 차별없이”…‘비정규직 없는 병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민서영 기자
녹색병원의 노사 양측이 지난달 31일 ‘비정규직 제로!’ 노사 공동선언식에 참가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녹색병원의 노사 양측이 지난달 31일 ‘비정규직 제로!’ 노사 공동선언식에 참가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병원에 들어설 때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우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난다. 환자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환자들이 다니는 병실과 복도를 청소하고, 보호자 대신 환자의 간병을 도맡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병원의 먹고 자고 씻는 일상이 ‘비정규 노동’에 의해 굴러가는 셈이다.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처음으로 실현한 곳이 있다.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 것처럼 병원의 노동자도 차별해선 안 된다는 신념을 담았다. 서울 중랑구의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녹색병원지부는 파견용역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요양보호사, 조리사, 미화 노동자를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2일 밝혔다.

녹색병원 노사는 2021년 7월 ‘비정규직을 제로로 만들어가겠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외부파견업체 소속 재활통합병동의 요양보호사 1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22년 1월에는 조리사 25명, 지난달엔 미화 노동자 17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 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으레 ‘비용’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녹색병원 역시 부담이 컸다. 그래서 외부파견업체와의 계약이 끝날 때마다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용역 직원을 직영화하는 식으로 단계적 전환을 했다. 용역비로 지출했던 비용은 새 임금체계에 포함된 정규직 노동자의 급여로 썼다.

다른 병원에선 하지 않았던 시도가 녹색병원에서는 가능했다. 사측과 노조 모두 ‘노동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병원의 목표에 공감했다.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직업병 투쟁의 성과로 만들어진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이 2003년 설립한 민간형 공익병원이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일부 직원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거부감을 갖는 사례도 있었지만, 병원 직원들이 병원의 설립 취지를 다 알고 노동조합에서도 굉장히 많이 협조를 해줬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원 정규직 전환 후 한 달이 흐른 현재 병원엔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임 원장은 “정규직이 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병원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고 한다. 또 식당에 계신 분들과 청소하는 분들이 정규직이 되면서 밥이 맛있어졌고 병원이 깨끗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사측과 협상에 앞장섰던 조윤찬 보건의료노조 녹색병원 지부장은 “가끔 지나가다 (정규직 전환된 직원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한마디씩 꼭 전해주신다. 저희가 민간 중소병원이어서 임금 수준을 다른 대형병원보다는 못 맞춰주는데도 그 말을 들을 때면 조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녹색병원 구성원들은 또 다른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임 원장은 “노동자를 존중하는 건 병원 경영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의료법인이라고 돼 있는 병원들의 공익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조 지부장은 “저희가 (비정규직 없는) 1호 사업장이다 보니까 책임도 크고 신경 쓸 부분도 많다”면서 “(다른 병원들도) 사측과 노동조합에 모두 부담이 되는 시도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겁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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