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이어 ‘60시간’…노동부 ‘멘붕’읽음

조해람 기자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란

<b>MZ세대 노동자 달래기 나선 여당</b>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왼쪽)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MZ세대 노동자 달래기 나선 여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왼쪽)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등 참석자들에게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 대통령 ‘보완 가이드라인’
입법예고 후 수정에 ‘당혹’
노동계 의견에 귀 닫고 질주
당·정 혼선 초래 ‘자승자박’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던 ‘주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노동부가 ‘멘붕’(멘털 붕괴)에 빠졌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여론의 거센 반발에 대통령실의 보완 지시까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계·재계 의견에 비해 노동자 의견은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의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7월 발족한 전문가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래연)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시장과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정부 추진과제의 구체적인 방안을 학계 전문가 12명에게 맡겼다. 미래연은 지난해 12월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유연화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후 노동부가 추가 논의를 거쳐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을 둔 주 69시간(주 6일 기준, 7일 기준으로는 80.5시간) 또는 주 최대 64시간’이라는 정부안이 확정됐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정부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의 거센 역풍이 불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노동시장 개편의 파트너로 낙점한 2030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중심 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조차 정부안에 반대했다.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더 다양한 의견을 들으라’며 보완 검토 지시를 내렸다.

정부안을 한참 밀어붙이던 노동부는 ‘멘붕’에 빠졌다. 입법 예고까지 마친 정부안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지시 전까지 노동부는 ‘과로 우려’를 지적하는 언론기사는 물론 사설·칼럼에도 일일이 해명·반박 자료를 냈다. 그러나 지금은 쏟아지는 ‘주 69시간’ 관련 기사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 “적절한 캡을 씌우지 못했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정부안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노동부는 급히 추가 의견 수렴과 해명에 나섰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이날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주최한 ‘근로시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현장에서는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노동만 늘지 않을지, 제대로 쉴 수 있을지, 악용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제도의 원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동부가 애당초 노동자 의견을 거의 듣지 않다가 한참 뒤늦게 의견 수렴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연은 지난해 7월 출범부터 권고안을 발표한 12월까지 5개월 동안 재계·경영계와 간담회는 이어가면서도 노동계 간담회는 열지 않았다. 노동부가 ‘청년세대를 위한다’면서 대기업·공기업 사무직 중심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외에 더 넓은 청년 노동자들의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 주무부처 간에 혼선이 노출되기도 했다. ‘주 69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건 지난해 12월인데,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제서야 “주 69시간은 과도하다”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노동부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대 연장노동시간 한도를 다소 하향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장노동 관리단위 유연화는 유지하면서 ‘주 최대 60시간’ 선에 맞추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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