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81%, 연차 15일 다 못써…“연차휴가 신고센터 만들어야”

김지환 기자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

연차 못 쓰는 이유…동료 부담, 직장 분위기

국민이 원하는 주당 노동시간은 36.7시간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민주노총 청년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법정 연차휴가(최소 15일)를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몰아서 일하고 ‘제주 한 달 살이’를 하자는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년간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물어본 결과 ‘6일 미만’이 41.5%, ‘6일 이상 9일 미만’이 13.3%, ‘9일 이상 12일 미만’이 12.0%, ‘12일 이상 15일 미만’이 13.8%, ‘15일 이상’이 19.4%였다. 법정 연차휴가(최소 15일)를 모두 쓰지 못한 노동자가 80.6%인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근속기간에 따라 유급휴가 일수는 늘어나며 그 한도는 25일이다.

한 노동자는 “연차를 쓰려고 사유를 말하면 ‘왜 종일 쉬냐. 반차나 반의반차로 해도 된다’고 한다”며 “이래서 결국 종일 시간, 장소를 어떻게 쓰는지를 확인시켜줘야 연차 허가를 해준다. 쓰려거든 일도 다 해놓고 가라고 한다. 콩쥐 같다”고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건강 검진차 연차를 이틀 썼는데 첫날 전문의 만나고 검진실 스케줄이 꽉 차서 다음 달로 검진예약을 다시 잡았다. 그러자 직장에서 ‘너 왜 다음 날 연차 반납하고 출근 안했어? 너 놀려고 그랬지?’라며 면박을 주더라. 연차 쓰는 데 왜 자세한 사유를 일일히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1년 동안 연차휴가를 ‘6일 미만’ 사용한 노동자 비중은 ‘일터의 약자’인 20대(55.1%), 비정규직(61.0%), 5인 미만 사업장(62.1%), 일반 사원급(59.0%), 월 150만원 미만(68.8%)에서 높게 나타났다.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이유는 ‘휴가를 사용할 경우 동료의 업무 부담’(28.2%), ‘휴가를 사용하기 어려운 직장 내 분위기 등 조직문화’(16.2%), ‘본인의 업무 과다’(15.1%) 등이었다.(중복응답 기준) 휴가를 자유롭게 쓴다는 응답은 40.6%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10명 중 3명(32.8%)만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쓴다’고 응답했다. 일반 사원급(32.0%), 20대(37.5%), 30대(35.0%)도 자유롭게 쓴다는 비율이 낮았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이유 중 ‘상급자의 눈치’ 때문이란 응답은 12%였는데 20대(18.8%)와 일반 사원급(14.0%)에서 높게 나타났다.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과 괴리가 있는 수치다.

근로기준법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연차휴가를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직장갑질119는 “연차휴가는 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인데, 사장님들은 마치 선물인 것처럼 연차휴가를 통제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는 ‘연차휴가 신고센터’를 만들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정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근무 시 80.5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한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주 60시간 미만’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20일~10월7일 전국 만 19~59세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자가 원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36.70시간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원하는 노동시간이 줄었다. 20대 이하(19~29세) 34.92시간, 30대 36.32시간, 40대 37.11시간, 50대 37.91시간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주 60시간제는 주 5일 내내 밤 11시에 퇴근하거나, 매일 밤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몰아서 일하기’ 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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