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 김모씨는 지난달 27일 배달 중 한 오피스텔에서 입구를 찾지 못해 고객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야! 너 다시 돌아가” “왜 전화해서 짜증나게 해” “내가 너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 당장 사과해”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김씨는 배달의민족 라이더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센터는 ‘입구를 잘 찾아보라’고 할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씨가 겪은 사례처럼 배달 노동자를 상대로 한 ‘갑질’이 거듭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응대를 하는 배달 노동자가 산업안전보건법 41조(감정노동자보호법) 적용 대상에서는 사실상 제외돼 있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라이더유니온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라이더에게 고객 응대 노동자 보호조치가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안법 41조는 고객 응대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등으로 정신적 고통으로 받지 않도록 사용자가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 조항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기준을 충족한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배달 노동자는 복수의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는 사례가 많아 전속성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은주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달의민족 측이 산안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보고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요청했다”며 “하지만 이 장관은 전속성 문제를 들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노동부에서 이제 적극적인 판단을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평생 배달이나 해라’ ‘공부 못하니까 배달하지’ 등의 갑질이 계속돼왔다”며 “배달 노동자에게 감정노동자보호법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배달 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은주 의원은 “산재보험법과 달리 산안법상 고객응대노동자 보호조치는 사실상 비용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인데, 전속성을 기준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