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말린’ 뿌린 양식장 이주 노동자 백혈병…“업무 인과관계 있다” 산재 인정

강현석 기자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가 지난 2021년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양식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제공.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가 지난 2021년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양식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 제공.

국내 양식장에서 일하던 중 암에 걸린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이 노동자는 양식장에서 일하던 중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포르말린을 취급해 왔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인권네트워크)는 “양식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이주노동자가 지난달 27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고 21일 밝혔다. 이 단체는 “양식장 이주노동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칸 무바실룰라(41)는 2010년 한국에 입국해 주로 양식장 노동자로 일해왔다. 칸은 2010년 10월부터 1년 동안 국내 한 광어양식장에서 일했다.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는 육상에 있는 장어양식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했다.

미역과 다시마, 전복 양식장 등에서도 일했던 칸은 2021년 1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전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칸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칸은 “일했던 양식장에서 사용한 포르말린이 백혈병의 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칸이 일했던 양식장 중 광어와 장어양식장은 공통적으로 포르말린을 사용했다. 포르말린에는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37% 포함돼 있다. 칸은 광어양식장에서 일하면서 어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매월 2회 포르말린을 희석해 수조에 살포했다. 2018년 4개월간 일했던 육상의 한 장어양식장에서도 칸은 포르말린을 이용한 작업을 했다.

칸은 “기생충 제거와 수소 청소 등에 포르말린을 사용했다”면서 “당시 호흡 보호구가 없는 상태로 포르말린을 살포했다”고 설명했다. 당국 조사에서 칸이 일했던 광어양식장에서는 18ℓ 용량의 포르말린을 매월 3.6통씩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장어양식장에서도 4개월간 18ℓ 용량의 포르말린 25통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돼 발생한 백혈병이나 비인두암은 ‘직업성 암’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이 근무한 양식장에서 포름알데히드 사용이 확인되고 작업환경 측정 결과 단기 고농도 노출 기준에 근접하거나 초과한 노출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포름알데히드는 작업 양상과 최대 노출량에 의해서도 백혈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신청인의 경우 평균 (백혈병)발병 연령보다 낮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네트워크는 양식장에서의 포르말린 사용이 일상화됐을 수 있다고 보고 당국이 작업환경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소장은 “당국이 양식장 작업환경과 사용 약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인 양식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칸과 같은 사례는 없는지 특수건강검진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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