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급식실에서 15년 근무”···폐암 급식종사자들 집단 산재 신청읽음

남지원 기자

“폐암 발병 연관성 있다” 산재 인정에도

환경 개선 조치 없이 후드 소모품 교체만

교육공무직본부 “전면적 환경 개선 필요”

22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근로복지공단 용인지사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소속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 제공

22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근로복지공단 용인지사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소속 급식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 제공

경기 성남시의 한 고등학교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다. 환기가 잘 안 되어 항상 온도와 습도가 높다. 해당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실무사들 상당수는 중이염을 앓고 있다.

이 급식실에서 15년간 조리실무사로 일하며 튀김요리 등을 담당한 A씨(64)는 2018년 폐암 진단을 받고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다. A씨는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와 폐암 발병의 연관성을 인정받아 산업재해로 승인받았다. 하지만 A씨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뒤에도 그가 근무했던 학교 급식실은 아직도 반지하에 있다. 환경개선사항은 지난해 후드 소모품을 교체한 것이 전부다.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사·조리실무사들이 폐암 등 폐 질환을 진단받는 일이 늘고 있지만 환기시설 등 환경개선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소속 조리사·조리실무사 5명은 22일 근로복지공단 용인지사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다. 이들은 경기도 내 학교 급식실에서 11~17년간 조리사와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다가 폐암 확진을 받았다.

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은 2021년 처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 지난해까지 총 32건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산재 피해자가 근무했던 학교 급식실 환경조차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에 따르면 폐암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5월 6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조리실무사 B씨가 14년간 근무했던 경기 광명시의 한 학교 급식실도 마찬가지다. 2017년 폐암 진단을 받은 C씨(64)가 19년간 근무하던 경기 안양시의 초등학교 급식실도 개선되지 않았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수년간 환기시설 노후화와 인력부족, 반지하 급식실 문제 등을 제기했는데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폐암 의심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 급식노동자 4만2077명에 대한 폐 검진 결과 1만3653명(32.4%)에게 이상소견이 나타났다. 폐암 의심 노동자는 전국에 338명에 이른다. 이 중 125명이 식수인원이 많아 노동강도가 높은 경기지역에 몰려 있다. 정부는 폐 질환에 걸린 급식노동자가 속출하자 지난 3월에야 뒤늦게 환기설비 개선방안 등 대책을 내놨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폐암과 각종 산재로 병든 급식실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환경개선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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