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하청노동자 ‘급성 백혈병’, 산재 인정

김지환 기자
2017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에서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2017년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에서 배출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봉화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 노동자의 급성 백혈병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손혜정 판사는 지난 22일 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진씨는 2009년 12월부터 6년 9개월간 영풍 석포제련소 하청업체에서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용액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프레스 관리 업무 등을 맡았다. 주식회사 영풍의 주력 사업장인 석포제련소는 연간 최대 40만t의 아연괴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 비철금속 제련소다.

진씨는 2017년 3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9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6월 ‘진씨가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법령상 기준보다 낮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를 이유로 산재 불승인을 통보했다. 이에 진씨는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근로복지공단 판정을 뒤집고 진씨의 손을 들어줬다. 손 판사는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노동자가 이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돼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 판사는 구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는 진씨가 일한 지 수년이 지난 2021년 한 차례 실시됐다는 점, 유해인자 노출 기준은 해당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하는 한계를 고려할 때 진씨가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된 수준이 미미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손 판사는 석포제련소가 진씨가 근무하던 2014년 10월 유해물질 배출을 위한 국소배기장치의 풍속이 기준에 미달하는 등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미흡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점, 제련소 임원진이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측정값을 상습적으로 조작해 실형을 받은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사정은 진씨가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았다고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하나의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60대였던 진씨가 3조3교대 형식으로 1일 8시간, 휴일 없이 1주 평균 56시간을 근무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업무상 재해 인정의 간접적 근거가 됐다.

손 판사는 업무와 질병 간 연관성이 낮다는 법원 감정의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진씨의 작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했을 것이란 잘못된 전제에서 나온 것으로, 백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자연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일 뿐”이라고 밝혔다.

진씨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지담의 임자운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일회성 측정 결과로 노동자의 실제 업무환경을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짚은 판결”이라며 “석포제련소가 숱하게 일으켜온 환경 문제를 제련소 내 작업환경 문제와 연관 지어 고려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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