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계약 맺었지만…“데이터 라벨러는 노동자” 첫 인정

김지환 기자

2년 이상 재택근무하면서 업무 지시·가이드라인 준수

계약 만료 이유로 해고…지노위 “정규직 전환됐어야”

데이터 라벨링 종사자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첫 판정이 나왔다. 데이터 라벨링은 이미지·영상·텍스트 등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노동으로, ‘디지털시대 인형 눈알 붙이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최모씨가 데이터 라벨링 업계 1위 ‘크라우드웍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최씨 손을 들어줬다.

최씨는 2021년 8월 네이버로부터 데이터 라벨링 일감을 따낸 크라우드웍스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본 라인의 쇼핑 카탈로그 검수 작업을 집에서 했다. 시급은 1만~1만3000원가량이며 계약은 1~4개월 단위로 갱신됐다. 계약서상 작업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였는데 지난해 2월 계약부터는 ‘작업자는 원천사의 요구나 메시지를 실시간 확인 후 진행 방향을 수정 또는 적용해 작업함’으로 변경됐다.

크라우드웍스는 작업 우선순위를 정해 알리는 등 작업 관련 공지를 했다. 회사는 작업자 실수를 지적하는 등 업무품질을 관리하면서 업무 내용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하거나 최씨에게 작업자들의 오류율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평가 의견을 작성하도록 하는 등 작업자 관리업무를 부여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14일 ‘재택근무 특성상 일정 시간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근무를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정된 근무시간 중에는 관리자와 메신저로 바로 소통이 돼야 한다’고 공지하고 미준수 시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31일 계약해지된 최씨는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노위는 최씨가 회사의 업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무를 한 점, 회사가 사실상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한 점, 회사의 업무내용 지정 및 작업지시가 상당히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씨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봤다. 또 2년 이상 기간제 노동자로 일한 최씨는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최씨를 대리한 노무법인 로앤 문영섭 노무사는 “노동법은 이익이 있는 곳에 책임도 지운다. 크라우드웍스는 데이터 라벨링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얻고 있지만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라벨링 종사자뿐 아니라 ‘콘텐츠 모더레이터’도 최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정이 나왔다. 재택근무를 하는 정보기술(IT) 프리랜서들이 노동자성을 연이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인터넷의 유해·혐오 게시글이나 댓글을 모니터링해 삭제하는 업무를 한다.

앞서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12월6일 콘텐츠 모더레이터 2명이 네이트와 도급계약을 맺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두 사람이 당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서울지노위는 두 사람이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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