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 시작 전에 확대 도입 결정해버린 정부

김지환 기자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 지난해 8월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이주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 지난해 8월2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이 시작도 되기 전에 본 사업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하는 가사노동자와 별개로 외국인 유학생, 이주노동자의 배우자 등에게 가사돌봄을 허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전자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지만 후자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해 ‘이중 임금체계’가 형성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보면 정부는 돌봄 수요 충족, 양육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인력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 입국 예정인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 시범사업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1200명 규모로 본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본 사업에선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지역이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필리핀 이외의 국가 노동자들도 들여올 예정이다.

노동계는 이번 발표를 두고 서울시 시범사업은 ‘무늬만 시범사업’이고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답정너’였다고 비판한다. 성지훈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서울시 시범사업이 시작조차 안 됐는데 본 사업이 벌써 확정됐다. 사회적 합의도 없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전면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D-2 비자), 이주노동자 배우자(F-3 비자) 등에게 가사돌봄 활동을 허용하는 시범사업(5000명)을 실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 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만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주노동자의 배우자 등 5000명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후자는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 있다. 성 부대변인은 “같은 가사·돌봄노동을 하는데 임금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고위는 또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관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들여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사적돌봄을 확대하는 싱가포르 모델”이라며 “싱가포르는 공적돌봄 체계가 취약해 민간 중개기관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공적돌봄을 강화한다는 한국 정부가 사적돌봄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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