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성추행·성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최근 1년 사이 증가했다. 영화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최근 2년 동안 응답자 절반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지난 5월31일부터 6월10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전체 근무 기간 중 직장내 성희롱을 경험한 이들은 22.6%, 성추행·성폭행 15.1%, 스토킹 10.6%로 나타났다. 그중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이들은 20.8%, 성추행·성폭행 19.2%였다. 지난해 8월 진행한 조사에선 각각 14.2%, 13.8%로 나타났는데, 지난 1년 사이 직장내 성범죄 피해가 증가한 것이다. 스토킹의 경우 16%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15%)를 유지했다.
성희롱 가해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0.7%로 가장 많았고, ‘사용자’ 23.5%, ‘비슷한 직급 동료’가 17.7%로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하급자’가 행위자인 경우는 5.4%로 남성(1%)의 5배에 달했다. 남성의 경우 가해 행위자가 ‘동성’인 경우가 38.5%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이성’이 80.8%로 많았다. 성추행·성폭행 가해 행위자 역시 임원이 아닌 상급자(41.7%), 사용자(22.5%), 비슷한 직급 동료(19.2%) 순이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참거나 피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이들 중 55.8%가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13.7%는 회사를 그만뒀다.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한 이들은 22.1%에 그쳤다. 스토킹방지법의 피해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성에 대해서도 ‘효과 없음’이 60.3%로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
영화계 종사자 51.5%가 최근 2년 동안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2019년 조사 결과(36.0%)보다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50.0%에서 53.0%로, 남성 18.5%에서 49.6%로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3년 한국영화산업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3.5%)과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30.7%)가 가장 높게 나왔다.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또는 원치 않는 술자리 강요’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봄’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조사는 최근 2년 동안 영화 작품(극장용 영화, OTT 오리지널 영화·시리즈)에 참여한 812명 대상으로 지난해 12월12일부터 지난 1월5일까지 진행했다.
가해 행위자 성별은 남성 94.0%, 여성 6.2%로 나타났다. 남성 피해자의 92.1%와 여성 피해자의 95.4%가 남성 가해 행위자에 해당했다. 지위는 ‘상급자’가 60.5%로 가장 많았다.
영화계 성범죄를 보거나 듣는 등 간접 경험이 있는 이들 중 68.0%가 ‘영화계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한다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 위계적 분위기’(24.9%), ‘영화 촬영이 중단되거나 제작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는 분위기’(24.6%), ‘인맥, 소문 등이 중요한 조직 문화’(16.9%) 등이 이유로 꼽혔다.
연구를 수행한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높은 피해율을 영화계의 특수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특성 때문인지 등 영화계의 성희롱·성폭력 발생 구조와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