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작업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냐” 항의 뒤 떨어져 죽었다

박채연 기자
하청노동자 A씨가 지난 9일 추락사한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고 현장.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제공

하청노동자 A씨가 지난 9일 추락사한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고 현장.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제공

지난 9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야간작업 중 추락 사고로 숨진 하청노동자가 원청 한화오션의 요청으로 늦은 밤까지 작업한 정황이 확인됐다. 노동계는 원청의 무리한 업무지시가 중대재해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난 지난 9일 오후 6시24분쯤 사망자가 속한 하청업체 관리자가 현장 사진을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리자 25분쯤 뒤 한화오션 관리자는 “이렇게 두고 퇴근한 거냐”고 물었다. 추락사한 하청노동자 A씨(41)와 하청업체 관리자가 원청 관리자의 카카오톡 연락 때문에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현장으로 돌아와 야간작업을 시작하게 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하청업체 관리자는 무리한 야간작업에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하청업체 측은 오후 9시39분쯤 “토요일도 오후 10시까지 작업시키고 제발 조율하게 해달라”고 보내자 7분 뒤 원청 측은 “고생 많다. 야드 해상크레인 부하가 많이 걸려있다. 최대한 잔업 없이 협의하고 있다”며 “좀 더 협의해보겠다. 안전하게 마무리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하청업체 측이 “야간작업하다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냐”고 하자 원청 측은 곧바로 “내일 이런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했다. 7분 뒤 A씨는 32m 높이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지난 11일 “이번 중대재해는 위험 작업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화오션이 강제로 업무를 지시해 발생한 것”이라며 “한화오션은 퇴근하려던 하청업체를 붙잡고 작업을 지시했고, 하청업체 소장이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원청 측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직접 지시해 작업을 강행했다”고 했다.

이들은 “32m 높이엔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그물망만 설치돼 있었고 고인은 그 사이로 빠져 추락했다”며 “법률에 따른 안전난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불법적 설치물”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지난 2월 진행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과 종합안전보건진단에서 그물망 및 핸드레일 등에 대한 위험성이 이미 지적됐지만 한화오션 측의 개선 조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화오션 측은 야간 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선체에서 취부용접을 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전도 위험이 있었던 상황이어서 안전상 이유로 하청업체의 작업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원청이 무리하게 야간작업을 강행시켰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원청으로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사고 원인 및 유해 위험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하청노동자 A씨는 지난 9일 오후 9시58분쯤 한화오션 조선소 플로팅 독(배를 바다 위에 띄워 작업하는 공간)에서 탑재작업을 하다 약 32m 높이에서 추락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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