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플랫폼 시대’로
직장갑질119, 국내 첫 시도…노조법상 노조 지위 얻어
퇴직·구직자도 가능…30명 이상 되면 ‘업종지부’ 결성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노조에 쉽게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이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지난 3일 온라인에서 출범식을 열었다고 4일 밝혔다. 온라인노조는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 필증을 받아 노조법상 노조 지위를 얻었다. 현재 조합원 규모는 100명가량이다. | 관련기사 21면
온라인노조는 공공부문·대기업 등 규모가 큰 곳이 아니면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바꿔보려는 시도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22년 기준 13.1%이며 100명 미만 사업장은 1.3%(30명 미만은 0.1%)에 불과하다. 작은 사업장 내 일부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려 해도 일정한 조합원 수가 확보되지 않아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온라인노조는 이에 착안해 노조 가입 문턱을 낮췄다. 누구나 익명으로 가입이 가능해 회사로부터 받는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조합비는 ‘월 5000원 이상’으로 기존 노조에 비해 부담이 적다. 퇴사했거나 구직 중인 사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도 가입할 수 있으며 활동은 주로 온라인 카페에서 이뤄진다. 조합원은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 활동가·노무사·변호사로부터 전문 노동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온라인노조는 임금인상·복지 등 기업 울타리 내부 현안에 무게중심을 두는 기업별 노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개별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한 뒤 일정 규모(30명) 이상이 되면 업종지부를 결성하는 초기업노조는 온라인노조가 처음이다.
현재 온라인노조 산하에는 사회복지지부·한국어교원지부 등 업종지부 2개가 있다. 온라인노조는 병의원, 정보기술(IT), 중소금융기관, 어린이집, 강사, 트레이너 등 분야에서도 추가로 업종지부를 만들 예정이다.
박성우 온라인노조 위원장은 “온라인노조는 개별 회사가 아니라 업종·직종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업종·직종 전체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자단체 및 정부와 교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노조 출범은 2017년 11월부터 직장인 무료 노동상담, 법·제도 개선 운동을 해온 직장갑질119의 ‘새로운 도전’이다. 직장갑질119는 “출범 뒤 7년간 상담하면서 직장갑질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노조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업종별 노조’를 추진했고, 7년 만에 온라인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온라인노조는 앞으로 설문조사,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칼퇴(정시 퇴근)’ ‘퇴근 후 연락 금지’ ‘내 연차 내 맘대로’ ‘회식 문화 개선’ ‘반말 금지’ ‘프리랜서 계약서 말고 근로계약서 쓰기’ 등 직장인이 공감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껏 세상에 없던 새로운 노조, 온라인노조는 노조라는 세계의 온라인 포털이자 플랫폼”이라며 “온라인노조가 힘든 직장생활 중 기댈 언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