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의 저널리즘

정리|김보미 기자
사진을 누르면 화면 속 채널들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괄호 안의 주소(https://vo.la/Xtl2h)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채용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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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글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종이신문으로 읽고 있다면 75년이라는 긴 시간, 신문을 만들어온 경향신문을 이미 잘 알고 계시겠군요. 소셜미디어 피드에 뜬 캡처된 이미지로 보고 있다면 ‘경향’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이 계정들은 어떤가요?

여성 서사 아카이빙 플랫폼 ‘플랫’(flatflat38), 식생활 뉴스레터 ‘끼니로그’, 로컬 라이프 버티컬 ‘밭’, 영감을 주는 뉴스레터 ‘인스피아’,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스튜디오 그루’, ‘뉴스밍’(newsming), 틱톡 뉴스 ‘암호명 3701’(codename3701), 데이터저널리즘 ‘다이브’.

경향신문이 70년 넘게 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들입니다. 영상을 제작하고 데이터를 정제해 시각화합니다. 물론 기사도 씁니다. 조금 다른 기사체로요. 소셜미디어 계정을 운영하며 독자와 소통도 하죠.

올드미디어인 경향에서 왜 뉴미디어를 할까요? 뉴스레터 ‘끼니로그’를 운영하는 최미랑 기자는 “글과 영상을 소비하는 경로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데서 필요성을 찾습니다. “언론사도 지면과 포털이 아닌 경로를 구축해야 해요. 정보를 원하고 뉴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닿을 통로가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었어요.” 로컬 라이브 버티컬 ‘밭’의 운영자인 이재덕 기자는 “관심 그룹에 콘텐츠를 들고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운영자들을 만난 강한들 기자와 민서영 기자가 ‘경향’에서 ‘경향’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의미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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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의 콘텐츠가 기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1020세대는 긴 글을 읽지 않는데 뉴스레터로 형식을 바꾼다고 차별화가 됩니까.

김지원 기자(인스피아) = 최근 유행하고 있는 짧은 영상과 정반대로 긴 글을 기반으로 한 뉴스레터를 운영 중입니다. 호흡이 길어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독자를 상상하면서 소통하듯 글을 쓰는 게 관건이죠. ‘인스피아’의 콘셉트가 젊은층에게 매력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의외로 호응이 좋습니다. 10대든, 20대든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고 싶어 합니다.

김경학 기자(뉴스밍) = 전통적인 문자 콘텐츠가 아니라 자막이라는 글이 더 편한 독자도 있습니다. 세대의 차이일 수도 있고요. 유튜브에서 이런 시청자층을 타깃으로 자막으로 보는 뉴스를 제작 중입니다.

이재덕 = 예전에는 ‘신문기사’가 가장 효율적인 정보 전달 방식이었어요. 초등생,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기반으로 ‘기사체’가 나왔으니까요. 이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건 아닐까 생각도 해요. 같은 주제라도 얼마나 깊이 있게, 관점을 달리했는지에 따라 콘텐츠가 선택받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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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틱톡은 10대들의 채널이고 신문과는 거의 대척점에 있는 플랫폼이잖아요. 종합일간지에서 하기에는 무모한 도전 아니었나요.

윤기은 기자(암호명3701) = 소셜미디어마다 감성이 있는데 그것을 맞추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말투, 섬네일, 해시태그, 콘텐츠 길이도 고민했죠. 틱톡은 짧게, 웃겨야 해요. 그래서 상황도 넣고, 분장도 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방법을 찾았어요.

@codename3701

학교 갈 때 머리카락을 숨겨야 하는 나라가 있다? ##암호명3701 ##이런법이어딨어 ##아프가니스탄 ##아프간 ##틱톡교실 ##틱톡쌤 ##학교 ##등교

♬ 오리지널 사운드 - 암호명3701

- 내용도 많이 담지 못하는 짧은 영상에서 저널리즘을 어떻게 구현하나요.

윤기은 = 1분 미만의 ‘쇼트폼’ 영상이지만 원칙이 있어요. ‘표현은 재밌게, 메시지는 무겁게’. 지금까지 환경, 성차별, 동물 이야기 등을 다뤘는데 예능처럼 소비될 주제는 아니죠. 놀이터 가듯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형식이지만 웃기는 게 목적이 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해요.

- 뉴미디어의 저널리즘은 다른 지향점이 있나요.

심윤지 기자(플랫) = ‘플랫’은 올드미디어의 저널리즘과 다르지 않아요. 밀레니얼 여성으로 독자 타깃을 세분화했을 뿐이죠. 같은 주제라도 젠더 관점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반영해서 전하는 것이 지향점입니다.

김지원 = 1994년부터 경향신문에 장도리를 연재한 박순찬 화백은 “1950~1960년대에는 서민 일상을 다룬 네 컷 만화가 굉장히 많았다”고 회고해요.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죠. 삶이 팍팍해지고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정치에 몰입됐고, 네 컷 만화도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일상의 다양한 결의 문제를 다루고, 다양한 주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얼마든지 저널리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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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식이 내용을 만든다고도 하는데 언론인이라는 정체성이 유지가 되나요.

최미랑 = 뉴미디어를 하는 기자로서 정체성 고민도 물론 있죠. 어떤 콘텐츠로 어떤 저널리즘을 해낼 것인가는 채널마다, 다루는 주제에 따라 다를 거예요. 종합일간지는 보도 외에도 광고 등 많은 역할을 해왔어요. 지금은 여러 기능이 상실됐지만요. 그럼에도 언론사에 끝까지 남는 핵심 역량은 진실성, 검증의 습관화라고 생각해요. 검증을 훈련으로 익힌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만든 콘텐츠는 그것이 신문과 다르다고 해도 저널리즘적인 강점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 예를 들면 어떤 측면에서 저널리즘이 충족되나요.

조형국 기자(다이브) =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데이터’를 통해 사안을 다룹니다. 데이터를 모아 분해하고 짜 맞추고 정제해 의미 있는 해석을 찾아내는 거죠. 기사만 썼을 때와는 다른 눈으로 현상을 분석해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차원에서 더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죠. 뉴미디어의 저널리즘은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바뀌는 세상에 (언론이) 적응하는 과정 아닐까 싶어요. 저희 팀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라는 눈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데이터저널리즘’이라는 구분 없이 그냥 저널리즘이 될 겁니다.


이재덕 = 출입처 중심의 취재가 만드는 사각지대를 커버할 수 있다는 게 뉴미디어의 장점인 것 같아요. 농림축산식품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보통 기획재정부 등을 함께 챙기기 때문에 농촌을 들여다볼 기회가 적어요. 전국 자치체 담당 기자들은 정책, 사건, 사고 기사만으로도 몸이 모자라고요. 뉴스가 적다고 지역의 현안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죠. 이주민, 지방소멸, 노동 등 사회문제가 도시보다 먼저 시작된 현장이기도 해요. ‘밭’에서 그런 이야기를 담죠.

최미랑 = ‘끼니로그’가 다루는 음식이라는 주제에는 과학, 산업, 농촌, 미래 등이 모두 담겨 있어요. 영역을 나눈 취재에서는 융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최유진 PD(이런 경향, 그루) = 출입처 경험이 없는 콘텐츠 생산자로서 뉴미디어와 기존 저널리즘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뉴스를, 원하는 방식에 맞춰서 생산하는 과정은 똑같죠. 팩트를 전하고 사회의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차원에서요. 종이신문으로 전하던 것을 유튜브로도 전하게 된 것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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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은 종합적으로 정보를 얻는 게 장점입니다. 뉴미디어 환경은 원하지 않는 정보에 대한 노출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죠. 알고리즘에 따르기도 하니까요. ‘우연히’ 나와 다른 시각의 콘텐츠를 보지 못해 편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윤지 = 익숙한 정보만 골라 보는 건 저도 경계하고 있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담보된 콘텐츠를 만드는 매체는 여전히 신문뿐이라고 봐요. 하지만 종합일간지에서 ‘중요한 정보’를 누가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부장과 에디터 등 의사결정권자는 여전히 50대 이상 고학력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죠. 신문이 ‘평균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요. ‘플랫’을 포함한 버티컬 채널들은 종합일간지가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목소리를 전하면서 기성언론의 간극을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입니다.


김지원 = 각 영역에서 정보를 모으고, 팩트를 확인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워치도그’로서의 언론 기능은 여전히 중요해요. 뉴미디어가 기존 저널리즘과 상반되는 건 아닙니다.

이아름 기자(플랫) = 정보는 언제나 취사선택돼 왔어요. 소비자, 생산자 모두의 입장에서요. 모든 콘텐츠는 일부 편향적일 수밖에 없어요. 신문이 종합지의 성격을 띤 것도 그 시대의 독자에게 ‘편리한’ 일이었기 때문이지 ‘무결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 올드미디어와 다른 접근을 한다면 독자와 접점을 찾거나 인력을 운영하는 데서도 본질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미랑 = 언론사나 미디어 회사도 이전보다 커뮤니티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밭’이 귀촌, 귀농한 사람들의 허브가 되고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지역의 논의를 확장시키는 장이 되는 식으로요. ‘끼니로그’도 식생활과 요식업 등 음식과 관련된 주제를 생각할 때는 떠오르는 매체가 됐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만들어 나가는 숙제가 남은 것이죠.

심윤지 = 사실 올드미디어 내 뉴미디어의 지속 가능성은 조직의 편제나 출입처 중심의 업무 배분을 그대로 두어서는 한계가 있어요. 개인을 소진시키지 않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하죠. 조직이 더 상상력을 발휘해 더 유연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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