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표절 ‘도둑 유튜버’ 활개···“생성AI 저작권 침해 논쟁은 이제부터”

이유진 기자
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 채널이 지난 15일 올린 영상 일부. 자신의 영상을 표절하는 유튜브 채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튜브 채널 ‘리뷰엉이’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 채널이 지난 15일 올린 영상 일부. 자신의 영상을 표절하는 유튜브 채널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튜브 채널 ‘리뷰엉이’ 갈무리

“저는 오늘 제가 만든 모든 영상을 복사·붙여넣기 해서 제 영상을 도둑질해 돈을 벌고 있는 한 유튜버를 고발하려고 합니다.”

과학·영화 유튜버 ‘리뷰엉이’(구독자 140만명)가 지난 15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우주고양이 김춘삼’(우주고양이)이라는 채널이 자신의 영상들을 표절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고발 영상에 따르면 우주고양이 채널은 ‘노아’라는 인공지능(AI) 검색 프로그램, 네이버의 ‘클로바AI’, 생성형 AI ‘뤼튼’ 등을 표절에 활용했다. 생성형 AI는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영상 도용 과정은 이렇다. 우선 만들고자 하는 주제를 노아AI에 입력, 해당 영역에서 인기 있는 유튜브 영상과 키워드 등을 추천받는다. 음원 추출 사이트를 통해 원본 영상의 음원을 추출한 뒤 클로바AI를 사용해 음원을 텍스트 파일로 변환한다. 이후 뤼튼을 이용해 수집한 텍스트 파일에 변형을 준다. 뤼튼은 간단한 키워드만 입력해도 완성도 높은 문장을 생성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주고양이 채널 운영자 A씨는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했던 주언규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표절 수법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우주에 관한 내용을 전혀 몰라도, 대본 하나 만드는 데 3시간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리뷰엉이는 “과학 논문 등을 찾아가며 몇 달 걸려 만든 영상을, 누구는 3시간 만에 완성했다고 어떻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신기하다”라고 비판했다.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했던 주언규씨(왼쪽)의 유튜브 방송에 ‘우주고양이 김춘삼’ 채널 운영자가 나와 영상 제작 방법을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리뷰엉이’ 캡쳐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운영했던 주언규씨(왼쪽)의 유튜브 방송에 ‘우주고양이 김춘삼’ 채널 운영자가 나와 영상 제작 방법을 소개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리뷰엉이’ 캡쳐

이번 사태가 주목을 받은 건 유튜브 영상 표절이 AI 프로그램을 통해 시스템화되고 신기술처럼 소개됐다는 점이다. 주씨는 “(A씨가) 월 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기가 막힌다. 완벽한 방법이다. 실행하느냐 마냐는 여러분의 선택”이라고 했다. 주씨는 노아AI의 공동개발자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타인의 유튜브 영상을 도용한 채널이 과학이나 영화 분야 외에도 수백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리뷰엉이의 고발 영상이 올라온 후 우주고양이 채널은 동영상을 모두 내린 상태다. 주씨도 유튜브 채널에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사과글을 게시했다.

유튜브는 저작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면 저작권 소유자에게 직접 도용 채널에 대한 침해 신고서를 제출도록 하고 있다. 제출된 신고서를 유튜브 측이 검토해 삭제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유튜브는 또 ‘카피라이트 매치 툴’이라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이 다른 채널에 재게시될 경우 원저작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고 있다. 다만 우주고양이 사례처럼 생성AI로 대본 등에 변형을 주었을 때엔 이 시스템에 적발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상 표절 사례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말했다. 신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며 “이 경우엔 AI는 표절 도구로 활용됐을 뿐 의도를 가지고 타인의 창작물을 베낀 표절 사례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서프 메디 부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서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의 새로운 버전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서프 메디 부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서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의 새로운 버전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챗GPT’ 열풍이 불면서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 논쟁도 뜨겁다. 이번 사태에서 생성AI가 추출된 대본을 재가공하는 단계에서 쓰였으나, 영상물 자체를 창작할 수 있는 생성AI도 개발된 상태다. 지난 1월 온라인 사진·그림·동영상 공급 업체 게티이미지와 화가들은 지난달 이미지 생성AI 업체인 스테빌리티AI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스코드 생성AI ‘깃허브 코파일럿’이 프로그래머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신 변호사는 “생성AI 사용이 확대될수록 저작권 침해 분쟁도 현실화할 수 있다”며 “특히 생성AI의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저작물이 활용되는데 이때 원저작자에게 동의를 얻는 문제부터, AI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까지 여러 논쟁이 국내외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법제화의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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