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판결 두고 “앞뒤 안 맞는 판결문”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한 것”

이홍근 기자

정정보도 판결 비판 확산

판결문에 “바이든·날리면 중에 명확하지 않다”면서
“바이든이라 발언한 사실 없다” 내용의 정정보도 명령
법조계 “재판부 논리 모순”…언론계선 보도 위축 우려

법원이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법리적 비약이 많은 데다 권력기관이나 유력자들이 비판적 보도를 옥죄는 데 악용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판결문을 살펴본 법조계 안팎 전문가들은 재판부의 판단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재판부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놓고, 정정보도문엔 바이든이라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졌다고 보도하라고 했다”며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발언 여부가 기술적 분석으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피고는 윤 대통령이 발언을 하였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기술적으로 분석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았으므로, 허위보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외교부 측에서 써낸 정정보도문을 그대로 받아들여 MBC에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뉴스데스크 방송에서 낭독하라 명령했다. 앞에서는 ‘발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선, 뒤이어 ‘바이든이라 말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됐다’고 한 것이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도 “앞뒤가 안 맞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문장 자체의 완결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를 판단 근거로 삼지는 않았다. 외교부 주장대로라면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반면 MBC 자막대로라면 발언은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된다. 전자는 비문으로 어색하지만, 후자는 완결성을 갖춘 문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재판부가 판례를 잘못 적용해 논리가 모순되는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재판부가 인용한 대법원 판례는 MBC의 광우병 보도 판례로, 과학이 밝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함부로 보도하지 말라는 취지의 판시인데, 이번 사건은 과학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안 맞는 판례를 붙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수사기관이나 과학연구소와 달리 문제를 제기하는 기관인데, 판결은 사실상 음성 분석을 통해 검증한 발언만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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