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임시기구, 역대 최다 법정제재…선거 아닌 ‘정부·여당 비판 방송’ 치우쳐

박채연 기자

22대 총선 선방위 결산

류희림 위원장, 편파적 구성
출발부터 정당성 부족 지적

“가정주부가 청탁선물 받아”
“비명횡사 친명횡재는 팩트”
위원들 편파성 발언도 논란

지난 10일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활동을 마쳤다. 백선기 선방위원장은 마지막 회의에서 “이번 선방위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전문적 지식과 학문적 양심, 식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방위는 역대 최다 법정제재와 위원들의 편파 발언 등으로 활동 내내 논란이 됐다.

■ 과정마다 삐거덕댄 선방위

14일 선방위에 따르면 이번 선방위는 총 30건의 법정제재와 최고 수위인 관계자 징계 14건을 의결해 역대 최다 법정제재를 기록했다. 선방위의 법정제재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와 마찬가지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평가에 반영된다. 백 위원장은 20대 총선 선방위에 대해 “우리와 비슷하게 중징계를 많이 내렸다”고 했지만, 과거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내린 18대 대선과 20대 총선 선방위는 각각 19건의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관계자 징계는 각각 0건과 1건에 그쳤다.

이번 선방위가 문제가 된 것은 제재 건수가 늘어난 것뿐 아니라, 제기된 민원이 대부분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방송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4일부터 지난 3월20일까지 지상파 방송 부문에 접수된 민원 304건 중 정당 민원 146건은 모두 국민의힘이, 단체 민원 32건은 모두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제기했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설립된 보수 성향의 언론시민단체다.

민원이 제기된 방송은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방심위 판단을 거치지 않고 선방위 안건으로 상정됐다. 선방위원들은 대부분 안건에 대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의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선방위 안건을 상정하는 역할임에도 선방위는 독립적인 기구라며 손을 뗐다. 선방위 운영 규칙엔 ‘방심위원장은 회의 소집 전 안건을 선방위원에게 미리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로 인해 선거방송이라는 민원인의 주장만으로 선거방송에 해당하지 않는 방송분까지 선방위가 심의할 수 있게 됐다. 김유진 위원은 “방심위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이걸 다 민원인 책임으로 넘기면 심의 권한 중 상당 부분을 민원인이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위원들의 발언은 편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철호 위원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을 두고 “가정주부가 청탁 선물을 받았다고 온 국민에게 떠드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김문환 위원은 여야의 공천 관련 보도를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는 팩트니까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윤희숙 전 의원은 ‘사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 선방위 논란은 방심위에서 출발

이번 선방위의 과잉심의 논란에서 방심위도 자유롭지 못하다. 방심위에서 선방위원 추천 단체를 결정하는데, 류 위원장은 관행을 깨고 개별 방송사인 TV조선에 추천 몫을 줬다. 시민단체 추천 몫 역시 신생 보수단체인 공언련이 가져갔다. 당시 야권 추천 방심위원들은 특정 방송사나 대표성이 떨어지는 신생 단체에 선방위원 추천 몫을 준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해충돌 논란도 일었다. 최 위원은 국민의힘 추천으로 선발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공언련 대표를 맡았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지난 2월 공언련 이사장인 권재홍 위원과 최 위원이 공언련에서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알고도 그 민원을 심의했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선방위원 구성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상임위원회가 야권 추천 위원 한 자리는 공석인 채 류 위원장과 황성욱 위원 두 여권 추천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추천 단체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전체회의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퇴장했지만 남은 여권 추천 위원들끼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 “5개월 임시기구가 막강한 권한”

전문가들은 이번 선방위에 대해 현 선거방송 심의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이번 선방위는 제도적, 인적, 운영의 문제를 다 드러냈다”며 “특히 5개월 활동하는 임시기구가 막강한 규제권을 행사하고 사라지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심 교수는 “상설기구인 방심위가 선거방송 심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이번 선방위를 계기로 공정성 조항이나 의견진술 과정 등 방송 심의 전반의 문제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선방위는 선거방송 심의를 위해 방심위에 선거 기간 동안 임시로 설치된다. 방심위로 들어오는 민원을 사무처가 접수해 안건을 만들면 선방위원들은 선거방송 심의 규정에 기초해 심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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