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매년 해오던 사무처 5~7급 직원에 대한 정기 승진(승급) 인사를 올해는 뚜렷한 이유 없이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신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 설립된 방심위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승급 인사를 실시해 왔다. 15개년 중 7개년은 상·하반기에 한 번씩 실시했고, 2016년엔 한해 동안 세 차례 승급 인사가 이뤄졌다. 승급 인사가 한 차례만 이뤄진 해에는 대부분 상반기에 실시됐다.
비교적 직급이 낮은 방심위 직원들은 승급 지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2일 전 직원 대상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엔 ‘위원장 연봉은 매년 오르는 동안 신입사원 연봉은 지속적으로 동결됐다’ ‘시간외근무를 다 채워도 다른 기관 임금에 못 미친다’ ‘직업의 가장 근본적 기능은 생계수단인데, 하급 직원들의 경우 현재 임금으론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기 빠듯할 정도다’ 등의 익명 댓글이 달렸다. 방심위 임금 체계상 사무처 5~7급 직원 임금은 높지 않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과 승급을 통해 임금이 오르는데 올해는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류 위원장의 올해 초 ‘셀프 연봉 인상’과 대비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심위는 지난 1월 전체회의에서 올해 공공기관 공통 임금인상률인 2.5%를 적용해 위원장 연봉을 1억9538만원으로 결정했다. 최근 과방위에선 류 위원장 연봉이 총리(올해 기준 1억9763만원)와 맞먹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 위원장은 지난 3월 노조에 “(인사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답했고, 지난 7월 김유진·윤성옥 전 야권 추천 위원에겐 “통상적으로 3월, 10월 두 차례 나눠서 승급 심사를 해왔던데 저희 임기가 다 됐기 때문에 다음 위원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중요한 사안은 제가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논란 끝에 지난 7월 연임한 류 위원장은 아직까지 승급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계속 요구해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 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인사권을 사유화해 본인을 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보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기 승급 인사 일정이 따로 정해져 있진 않다”며 “인사 관련 사항이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인사는 위원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류 위원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의원은 “류 위원장이 연봉 2억원 받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했던 직원들은 낮은 처우에 승진도 밀리고 있다”며 “정권 눈치만 보는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면 조직의 기강과 사기는 무너진다. 류 위원장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