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거주자는 노숙자가 아니다”

나사로의 집 남대문지역 상담센터(www.nasaro.org)는 97년 5월 문을 연 이후 쪽방 거주자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상담센터는 한끼 식사와 목욕부터 취업상담까지 쪽방 거주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근 힐튼호텔 후원으로 매일 약 40 명의 주민에게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무료진료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상담센터는 미용실이 된다. 미용기술을 지닌 이웃들이 생업을 뒤로 하고 쪽방 거주자들의 머리를 손질해 준다.

상담센터 한쪽에 자리잡은 공동목욕탕은 수도꼭지 하나가 아쉬운 쪽방 거주자들에겐 천금과 같다.

쪽방지역의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도 상담센터의 몫이다.

쪽방을 일일이 방문해 거주자의 숫자와 주민등록증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쪽방 지원대책을 세우는데 기본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등록 말소자와 함께 호적지까지 찾아 가 주민등록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연고자가 없는 무의탁노인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사망할 때는 앞장서서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상담센터 홍정표 실장은 "상근자 4명과 자원봉사자의 도움만으로는 일손이 항상 부족하다"며 "900개가 넘는 쪽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력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담센터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도 넉넉지가 않다.

남대문지역 상담센터는 쪽방관련 시범사업으로 지정돼 월 6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600만원 중 인건비 400만원을 빼면 운영비로 남는 건 고작 200만원뿐이다.

월 200만원은 전체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홍 실장은 "임시사업 예산이기 때문에 그나마 이 달 말로 지원이 끝난다"면서 "정부는 쪽방 관련 예산을 고정예산으로 편성해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IMF 여파로 직장에서 밀려난 실직자뿐만 아니라 사업실패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이 곳까지 온 가장들도 많다.

그러나 상담센터 김흥용 원장은 "쪽방 거주자들은 노숙자와 질적으로 다르다"며 "이들은 자립의지가 있는 정상인"이라고 말한다.

이곳 주민들은 빈 상자나 빈 병이라도 주워 팔아 하루 방값 7,000원을 마련한다.

이들이 노숙자 쉼터를 찾지 않는 것은 쪽방이 보장하는 자유로운 생활 때문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상담센터는 쪽방에서 일일숙박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노숙자들에게 자립의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쪽방 거주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이 노숙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닷컴 김미희기자 mh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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