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기종따라 서열…비싼 폰 아니면 ‘노비’ 취급

유희곤 기자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심각한 폰 계급화·카톡 중독

아이들은 어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친구들 사이에 서열이 정해지기도 한다.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갖고 있을수록 서열이 높은 아이로 대접받는다. 좋은 집이나 자동차가 어른들의 계급을 나눈다면 아이들의 계급은 스마트폰 기종으로 나뉘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 ㄱ초등학교 5학년생 김가연양(11)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인 ‘갤럭시 S2’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지만 누가 ‘갤럭시 노트’를 가져오면 솔직히 전부 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최근 ‘갤럭시 S3’가 나온 뒤 스마트폰 서열이 또다시 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옵티머스 LTE2’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서열 1위였다면 이제는 ‘갤럭시 S3 LTE’를 소유한 아이가 최고다. 그 다음 서열 2위는 ‘갤럭시 S3’와 ‘베가 S5’다. 초등학생 스마트폰 가입자 대부분이 가입한 지 2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무가입기간 2년이 끝나기도 전에 최신품인 ‘갤럭시 S3’를 가진다는 것은 대단한 재력과 권력을 상징한다.

지난 14일 경향신문사를 찾은 초등학생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을 꺼내 살펴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지난 14일 경향신문사를 찾은 초등학생들이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을 꺼내 살펴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대학생이 만든 ‘폰 계급 앱’ 임금·노비 등 10계급 분류
초등학생 사이 급속 확산
일반 휴대폰 가진 학생은 최하위 계급에도 못 끼어

그 다음 좋은 것은 ‘옵티머스 LTE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 S2’ ‘갤럭시 S2 HD’다. 신흥 스마트폰 세력을 제외하고 기존에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아이들의 계급나누기에서 수입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제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자체가 무의미하다.

스마트폰도 기종따라 서열…비싼 폰 아니면 ‘노비’ 취급

초등학생들 사이에 아이폰이 유행하지 않는 이유는 부모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고장 때 수리가 어렵고, 통신사에서 제공되는 보조금이 국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대리점에서도 아이폰은 권유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체제에 기반을 둔 국산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스마트폰 기종 계급도’는 대학생 박주학씨(25)가 지난해 9월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들면서 초등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졌다. 가장 높은 서열의 스마트폰을 ‘임금’으로 칭하고 밑으로 ‘세자’ ‘3정승’ ‘평민’ ‘노비’ 등 12개의 서열이 있다. 박씨는 “스마트폰 기종이 다양해지고, 통신사별로 주력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비교차원에서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 계급도 앱을 다운받은 뒤 ‘누가 어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지, 누구 폰이 낮은 계급인지’ 등을 판단한다. 낮은 서열인 ‘서얼’이나 ‘노비’ 계급의 스마트폰을 소유한 아이들은 신제품을 사기만을 기다린다.

피처폰(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을 사용하고 있는 김동건군(11)은 “내 휴대폰은 계급도에서 노비 계급에도 속하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며 “학교에서 되도록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무원 배준규씨(47)는 “초등학생 딸이 ‘스마트폰이 너무 구려서 싫다’며 약정기간도 끝나지 않은 스마트폰을 바꿔달라고 했다”며 “왜 초등학생밖에 안된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모양을 가지고 서로를 구별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씨의 자녀가 가지고 있는 휴대폰은 ‘시리우스’다. 계급도에서는 밑에서 두 번째인 ‘서얼’ 수준이다.

조민식 서울원격평생교육원 경영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성인들이 자동차나 주택으로 서로의 계급을 확인하듯이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휴대폰이 ‘구별짓기’의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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