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등산객들 밤길 틈타 비법정 탐방로 오르기… 등산스틱 사용도 문제”

배명재 기자

김종복 지리산산악구조대장

김종복 지리산산악구조대장(56·사진)은 산자락에 화려하게 핀 매화·산수유를 보고도 맘이 편치 않다.

‘봄꽃잔치’가 끝나면 곧바로 등산객의 지리산 짓밟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 대장은 “5월1일부터 입산금지가 풀려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지만 또 다시 지리산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게 돼 벌써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세상 속으로]“등산객들 밤길 틈타 비법정 탐방로 오르기… 등산스틱 사용도 문제”

김 대장은 노고단과 뱀사골을 거쳐 현재 피아골 대피소를 지키며 인명구조에 나서고 있다. 올해로 산에 들어온 지 34년째다. 그는 “갈수록 등산객들이 거칠어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장은 가장 우려할 만한 산 훼손 사례로 산악회들의 비법정 탐방로 출입 행위를 들었다. 이곳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식물·동물이 사는 곳이거나, 낭떠러지 등 위험한 곳이 있는 지역이다.

비법정 탐방로를 드나들 정도면 대부분 전문 등산인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밤길을 틈타 ‘아껴둔’ 산골짜기와 능선을 무차별적으로 밟고 지나간다고 털어놨다. 30~40명이 한꺼번에 떼를 지어 울창한 산림을 밟고 지나가면 신작로가 나버린다고 했다. 한두 팀이 더 지나가면 그대로 반듯한 등산로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김 대장은 “그렇게 난 흉측한 길을 볼 때마다 마치 살이 베인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면서 “산을 아는 사람들이 그러니까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10~30년 된 아름드리나무를 자르는 ‘범죄’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겨울엔 ‘겨우살이’를 얻으려는 채취업자들이 참나무를 무참히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10여m 길이 두충, 엄나무 등 약용나무들의 허리가 철을 가리지 않고 싹둑 잘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장은 “지리산은 다른 산과 달리 비교적 완만한 산이어서 전국에서 전문 채취업자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감시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등산용 스틱’도 산 훼손의 주범으로 꼽았다. 스틱을 2개씩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 돼버려 피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탈길, 평지 가리지 않고 짚고 다니면서 길가의 나무뿌리가 상처를 입고, 흙까지 파헤쳐지면서 결국 식물들이 말라죽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장은 “몇 년 사이 산길이 더욱 깊게 파이고, 몰라보게 넓어지기도 했다”면서 “정말 스틱이 필요하다면 1개만 들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이달 들어 인터넷 ‘댓글작업’을 시작했다. 산악회 누리집을 뒤지며 ‘지리산을 살려달라’고 통사정하고 있다. 그는 “법정 등산로 등산하기, 산림 훼손 중단하기, 스틱 안 가져오기 등 3가지 내용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면서 “충돌이 걱정되지만 비법정로 등반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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