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리’ 20년, 그 배후를 만나다

홍진수 기자

1995년 2월6일 첫 선을 보인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가 올해로 연재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얼떨결에 ‘화백’이 됐던 장도리의 작가 청년도 이제 ‘아저씨’가 됐습니다.

장도리가 연재되는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5번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의 자리에 있던 사람은 모두 장도리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장도리에게 ‘성역’은 없으니까요. 장도리는 어떤 권력이든 4컷 안에서 신랄하게 조롱하고 비꼬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도리의 안위를 걱정하시는 독자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미 장도리 작가는 세상을 뜨고, 인공지능이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독자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경향신문 ‘향이네’가 ‘장도리의 창조자’를 만났습니다. 바로 박순찬 화백입니다.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박 화백에게 던질 질문은 지난 12~13일 이틀간 경향신문 페이스북 계정에 독자들이 올려주신 글 중 20개를 선별했습니다. ‘외압에 대한 걱정’부터 ‘고양이의 정체’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장도리와 함께 한 박순찬 화백 /정지윤기자

장도리와 함께 한 박순찬 화백 /정지윤기자

처음에는 ‘사진도 찍고 싶지 않다’며 빼던 박 화백은 어느새 동영상 인터뷰까지 능수능란하게 마쳤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독자여러분께 드리는 영상 메시지도 준비해 왔습니다. 자, 이제 ‘장도리의 배후’를 공개합니다.


■정부 비판을 재치있게 표현하시면서도 날선 비판을 많이하시는데 어떤 외압도 받으신적이 없으신가요.

독자분들이 ‘외압이 없냐’ 걱정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지금 시대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도 우려를 많이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 군사정부처럼 현존하는 외압이 있는건 아니에요. 과거 만평 그리시던 선배들은 중앙정보부 불려가서 협박도 받고 라면도 드시고 나오셨다고 하는데, 제가 만화를 시작했을 때는 문민정부가 들어서고도 한참 뒤였으니 군사정권 시절처럼 끌고 가서 고문하고 그럴 때는 아니였죠.

그런 외압은 받아본 적은 없는데 다른 방식의 압력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부탁을 한다든가, 수정을 요구한다든가. 기업 홍보실이나 이런 곳들에서 잘 봐달라는 얘기들이 가끔씩 있기도 하고,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하고.

사실 지금 당면한 큰 문제는 정치권력보다는 자본권력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인정하느냐, 따르지 않느냐에 따라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에요. 거대 자본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분들이 생계곤란을 겪다가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왔다는 기사들을 접하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은 보이지 않는 자본권력의 압력에 희생당하는 것 아니겠어요. 지금은 그런 직접적인 탄압이나 압력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들이 심각해요. 이런 것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화 플롯은 어떻게 구상하나요.

사람의 하루 일과와 그 사람이 만드는 결과물은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른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다른 일과를 보냅니다. 남들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하는 일이 만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이니까요.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하루종일 사건에 대해서, 사회현상에 대해서 여러각도로 살펴보고 구상을 하기 때문에 생업에 종사하느라 여유시간을 갖지 못하는 분들이 놓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죠. 그러다보니, 뭔가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상상력으로 기발한 것을 만든다기보다는 많은 독자들이 놓치는 것을 발견해서 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장도리는 회사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 장도리 캐릭터를 설정을 했을 때, 당시 신문에 연재되던 시사만화 주인공 트렌드가 젊은 남자 회사원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30대 초중반의 직장인을 설정했는데, 한국에서 신문을 보는 독자들 중 가장 광범위한 직군에 해당했거든요. 처음에는 그랬지만, 이후로는 구체적으로는 30대 초중반의 회사원이라고 정해놓고 그리지는 않아요. 살아온 횟수가 같더라도 사람마다 생체나이, 정신연령이 다 다르잖아요. 때문에 캐릭터의 나이가 일정하게 정해지기는 힘들어요. 독자가 볼 때 느끼는 나이가 그 캐릭터의 나이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데요, 고양이 입양하셨나요? 키우시는 거면 한 번만 보여주세요/타이틀에 있는 야옹이의 출연빈도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습니다. 중학생 시절에 집에서 키운적 있을 뿐이죠. 만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주인공이 키운다기 보다는 그냥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친해진 고양이. 출연빈도는 거의 없는데, 사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주인공도 잘 등장하지 않아요. 여러가지 사건사고, 현상들을 들여다보다 보니 고양이가 등장하기 힘들어요. 사람들이 워낙 사고를 많이 치다 보니 고양이가 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다고나 할까.

■장도리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 만화를 보고서 어떤생각을 했으면 한다거나 바라는 점이 있나요.

장도리는 인간의 삶이나 감정적인 부분을 섬세하게 그리는 만화가 아니에요. 인간사회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만화죠. 높은 빌딩에서 조망하는 듯한, 이 사회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고, 이런식으로 굴러가는게 좋은지 생각할 것을 던져주고 싶어요. 그것은 제가 하루종일 만화만을 구상하고 생각하는 제가 해야 할 역할이기도 합니다. 생업에 종사하느라 자기자신의 삶, 주변의 삶들, 사회를 돌아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도리란 만화를 통해 그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시면 좋겠어요.

박순찬 화백이 13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박순찬 화백이 13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가장 애착이 간다거나 가장 힘들게 그렸다거나, 만드시고도 왠지 내가 천재인 거 같다 싶을 정도로 기발했던 에피소드 등등이 궁금해요/돌아보니, 많이 후회되는 만평은 없으신지요.

당시의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예를 들면,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가 각광을 받을 때, 전국민적으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당시에 그 줄기세포 연구과정의 문제를 PD수첩이 보도한 것은 큰 용기였죠. 그런 내용들을 만화에 담는 것도 작가로서 부담스러운 행동이었어요. 그런 부담감을 떨치고, 나름대로의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그린 후에 나중에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내가 그렸던 내용들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확인했을 때 기억에 남고, 보람을 느낍니다. 스스로 기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항상 냄새를 맡으며 일을 하는 요리사가 자기 요리 맛을 보고 놀라운 맛이라고 느끼기는 힘들지 않나요. 만화가도 마찬가지에요. 독자들은 기발한 시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화가는 하루종일 구상을 해요.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은 없어요.

사실 매일매일 만화 그리면서 완벽하다 느끼는 경우가 없기에 마감 뒤에는 매일 후회해요. 굉장히 많이 후회스러울 때도 있고, 다른 식으로 했으면 할 때도 있고, 다시 그리고 싶은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매일 해야하는 작업이다보니 가능하면, 마감을 한번 한 것으로 거기서 만족을 하고, 100% 완벽은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것이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것은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후회나 아쉬움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해요.

■장도리 그리실 때 사용하시는 툴(tool)이 무엇인지 궁금하구요. 4컷의 그림 안에 표현하고자 하시는 바를 모두 쏟아붓기 위한 나름의 비밀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예전에는 종이 한장에 4컷을 모두 그려서 회사에 가져다주면 스캔한 뒤 지면에 인쇄했어요. 이후에는 내가 스캐너를 구입해 컴퓨터 작업을 해서 보냈고요. 지금은 태블릿에 직접 그려요. 스캐너도 필요 없고. 바로 입력을 해서 원고를 보내는 형식이에요. 툴은 ‘코믹스튜디오’란 것인데 5만원 주고 샀어요. 지금 새로 나온 것은 클립 스튜디오란 것이고요. 그 툴을 사용해서 그려요. 제가 하는 것이 많은 분량의 극화가 아니라 툴의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아요.

4컷에 압축하는 노하우라···저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오랜생활 하다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노하우라는 것이 특별히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4컷 만화를 그리지만, 4컷 본연의 만화적인 재미를 다 발휘하지는 못해요. 능력적 한계가 있거든요. 4컷의 묘미는 기승전결 스토리가 다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해요. 설명을 늘어놓거나, 컷을 인위적으로 분할해서 4컷을 맞추는 경우도 많아요. 기승전결로 완벽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만화를 간혹가다 그리기는 하는데 자주 그러지는 못하죠.

■박순찬 화백님께서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오신 후로 캐릭터가 웃는 얼굴로 변했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평소에 월차 등을 잘 쓰지 못해서 휴가를 한 번가면 몰아서 가요. 휴가를 좀 길게 다녀온 것에 대해 독자분들께 죄송한 감정도 있고, 뭔가 캐릭터라도 바꿔서 새로운 모습을 좀 보여드려야겠다 하는 마음도 있고 해서 한번 바꿔봤어요. 그 전에는 캐릭터가 좀 어두워보여서 머리스타일도 표정도 밝게 했어요.

■만평이 아닌 만화 작품은 주로 어떤 걸 보시는지요.

요즘은 많이 못보는데 예전에는 액션만화도 즐겨봤어요. 학원폭력물, 무술관련 만화도 즐겨 봤고요. 만화에도 유행, 트렌드가 있고 그 시대마다 독자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이 있어요. 작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들도 시대마다 흐름을 가지고 변해요. 영화도 과거에는 무협물이 유행하다 지금은 사회 현실을 묘사하는 영화들이 각광받지 않나요. 제가 최근에 재밌게 본 만화는 ‘사채꾼 우시지마’에요.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굉장히 세밀하게 묘사했는데 기법이나 시각이 놀라웠어요. 느낀 점이 많았죠. 제가 하고 있는 작업에도 영향을 준 만화에요.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재치있게 비판하시는 노하우가 있나요.

어떤 시각을 유지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시각을 가지고 비판을 한다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풍자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정치적 노선이나 방향성을 정해놓고 작업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부분들을 만화적으로 풍자하는 것이 내 일이라 생각합니다.

■혼자서 그날그날의 콘티를 짜시는지. 마지막 한 컷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시는지요. 반전 있는 마지막 컷을 먼저 생각하시고 그것에 맞춰 앞의 세 그림을 준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혼자 하고 있어요. 4컷 만화는 분량이 작기 때문에 콘티부터 작화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안에 혼자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연출부터 그림까지 전부 작가의 의도대로 하루만에 완성된 결과물을 가지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것이 4컷 만화에요.

구상을 할 때 4컷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4컷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컷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 담아내야할 내용을 구상한 뒤에 그 중 중요한 부분을 4컷으로 표현한다고 보면 돼요. 마지막 컷을 먼저 생갹하고 그리는 경우도 있고, 그 컷을 보다 자세하고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앞에 3컷을 그리기도 합니다. 어떤 공식이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다르죠.

■장도리란 이름을 쓰게된 배경이 있나요.

장도리란 이름을 처음 만들었을 때 특별한 의미를 담으려 의도한 건 아니에요. 그 때 당시 신문 4컷 만화 주인공들은 왈순아지매, 나대로 선생, 고바우 영감 등, 대부분 친근한 이미지에 30~40대 남자 회사원이었어요. 저도 그런 트랜드를 따라서 발음도 쉽고 사물 이름이면서도 사람 이름인 것이 없을까 하다가 장도리를 선택했어요.

■만화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 여러 방식의 작업을 하고, 많은 작업을 해서 좋은 만화를 남기는 것 뿐입니다.

■(인생에서)어느 시점부터 부조리한정치,사회를 비판하기 시작했나요.

누구나 자기가 놓여있는 상황에 대해 100%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학교 다니면서 학교에 불만 가질수 있고, 회사도.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제가 놓인 상황을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지만, 받아들이기 싫은 점도 공존했어요. 그런 것들이 결국 제 주변의 상황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발전했어요. 어느 시점부터 그랬는지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이 공존했죠.

■어느 정권 시절에 소재가 제일 많았나요.

만화의 소재라는 것은 결국 작가가 주변에서 찾았을 때 생기는 것이에요. 어떻게 보면 어느 정도 사회가 안정되어 있을 때 다양한 소재의 만화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시대가 역행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일으킬 때는 다른 문제들이 가려지고 언급하기 쉽지 않게되요.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는 독재정권의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급선무고, 다른 문화적, 역사적 문제는 지적할 여유도 없었어요. 그 후 문민정부 들어서고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 등이 있었고 그래서 여러 문제들을 만화가 다룰 수 있었어요. DJ 정부의 정권교체, 노무현 정부의 권위주의 해체 등을 지나면서 사회전반에 많은 것을 다룰 수 있었죠. 지금은 많은 부분이 역행하면서 다시 정치권력에 대한 구시대적인 문제점들을 다룰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여타 인간의 문제를 다룰 수가 없어요. 오히려 소재 제한이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예전 만화들을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박순찬 화백에게 만평이란 무엇인가요.

만평이나 시사만화라고 지칭하는데 다 똑같은 만화라고 봐요. 과거 유럽에서 인쇄기술 발달하면서 종이에 뭔가를 인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 할 때 나온 것이 만화에요. 알리려 한 것이 뭐냐면 교황권력의 실체, 귀족의 실상 등이에요. 허황되고 말도 안되는 내용을 그리는 것이 만화가 아니란 거에요. 시사만화, 만평으로 구분지을 것 없이 원래 만화의 속성은 풍자와 사회비판이고 사회현실을 그리는 것이에요. 만화의 시작이 그렇고, 그 정신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등장하는 신캐릭터(?)일 경우 캐릭터 생김새 구상하시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정도인가요.

만화의 주제를 전날에 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날그날 정해서 캐릭터를 그려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새로 캐릭터가 나오면 불완전해요.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 그림과 그 후 그림이 많이 달라요. 박근혜도 지금 박근혜 캐릭터와 예전 캐릭터가 많이 다르죠. 하루에는 안되고, 자주 등장하면서 완성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면 돼요. 그러니 구상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란 것도 길다고 봐야합니다. 등장이 많으면 많을 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다보니 대통령들은 완성도가 높죠.

■출근 하나요.

예전에 종이에 그려서 스캔실에 넘길 때는 반드시 출근했죠. 지금은 디지털시대잖아요. 원고를 디지털화해서 넘기면 돼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액정 태블릿으로 어디서도 작업할 수 있어요. 카페든 공원이든, 뭔가 구상이 잘되는 지역이면 어디든 가능해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서 작업하려고 해요.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야 생각의 제약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부분 출근하지만 가끔은 밖에서도 작업을 해요.

■원래 계획하셨던 SF작품을 연재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사실 지금도 SF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 만화 그리고 싶은 생각 있는데, 제가 부지런하게 못하는 바람에 다른 작업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조금 더 부지런하고 신경을 쓸수 있다면, SF 뿐만 아니라 다른 작업도 하고 싶어요. SF물은 미래 세계를 빌려 지금 현실을 표현한 것이에요. 장도리에 대해 독자들이 염려하는 것도 직접적으로 대통령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SF물은 가상의 인물로 실존인물을 표현해요. 오히려 현실사회를 더 세부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시간이 되고 제가 좀 더 부지런해지면 지금이라도 작업 하고 싶죠.

■독자 연령대를 어느정도로 고려해서 작업을 하시나요

장도리 연재 시작할 때 제가 20대 중반이었어요. 그때 많이 걱정한 것이 신문보는 연령층의 감이 안잡히는 거에요.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 신문을 본다는 데 도대체 어느 연령대에 맞춰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어르신들이 신문을 봤을 때 불편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나이드신 분 시각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표현이 두리뭉실하고 만화적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 많았어요. 중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전부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리면 표현에 만화적 장점을 살리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느 정도 연령대의 폭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부터는, 특히 젊은 독자들이 인터넷으로 장도리를 많이 접하면서 그들을 고려해서 그리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대신 어느 날은 젊은 층의 코드를 중심으로 그린다면, 그 다음날은 나이드신 분들이 봤을 때 무리가 없도록 하려고 헤여. 젊은층은 재미가 없을 수 있지만, 나이드신 분들도 보실 수 있도록 하는거죠. 한편한편을 전 연령층이 다 볼 수 있게 하기 보다는 연령층을 나눠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신문이란 것이 전 연령층을 상대 하다보니 그런 방식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장도리에 대한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장도리가 주로 다루는 것은 사회현실입니다. 장도리에 대한 관심은 사회문제, 현실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현실에 계속 관심 기울여주세요. 보다 상식적인 사회를 만드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많은 노력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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