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낙선·낙천운동 위력은?…16·17대 총선은 낙선운동 성공률 60% 넘어

손봉석 기자

전국 34개 유권자단체들이 연대한 ‘2016총선네트워크’(이하 총선네트워크)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0대 총선 공동캠페인’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총선네트워크는 지난 7일 1차로 발표한 황우여, 최경환, 김진태, 이노근, 김현종, 김석기, 한상률, 박기준, 김용판에 이어 15일 2차로 곽상도, 권성동, 김무성, 김효재, 윤상현, 윤종기, 조전혁 등 총 16명의 공천부적격자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각 정당에게 아직 공천이 안 된 후보자는 공천하지 말 것을, 공천이 된 후보자는 공천을 철회 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테러빙자 국민감시 악법인 ‘테러방지법’ 제정에 앞장선 박민식, 이노근, 이철우, 하태경 등 법안 대표발의자들은 ‘시민 컷오프’ 대상으로 별도 선정해 총선 과정에서 심판하겠다”고 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주도한 낙천·낙선운동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참여연대 등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연대기구 ‘총선시민연대’를 결성해 낙천·낙선운동을 펼쳤습니다. 사회에 끼친 영향도 컸습니다.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 리스트에 올린 대상자 86명 중 59명이 선거에서 떨어졌습니다.

낙선운동 일부는 이후 법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낙천·낙선 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인쇄물을 배부하거나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행위 등은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죠.

2004년 17대 총선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뒤 치러졌습니다. 당시 언론은 낙선·낙천운동을 “총선 복병”으로 표현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는 낙선·낙천 대상자 206명을 선정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는 부패비리, 반인권 등 낙선대상자 선정기준 항목에 ‘헌정파괴’을 더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대상이었습니다. ‘비례대표 부적격 후보’도 별도로 발표했습니다.

17대 총선시민연대 대표들이 2004년 4월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선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김문석 기자

17대 총선시민연대 대표들이 2004년 4월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선대상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김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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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민연대는 17대 총선 후 ‘유권자에 드리는 글’에서 낙선대상자 206명 가운데 129명이 고배를 마셔 63% 낙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등 당시 언론에 총선 다음날 보도된 수치도 낙선·낙척운동 낙선률을 63% 내외로 보도했습니다.

2004년 6월 시민사회포럼 주최로 열린 ‘제17대 총선과 시민사회-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운동의 흐름이 총선전 국회 범국민정치개혁 협의회로 대변되는 정치개혁운동, 후보공천 시기에 진행된 낙선운동, 탄핵무효 운동으로 진행됐으며 단계마다 운동 방법에 대한 각 단체별 내부 이견과 혼선이 빚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또 “일부 시민단체에서 ‘정치세력화론’을 제기해 시민운동의 중립성 논란이 빚어졌고 총선을 앞두고 여성단체가 제기한 여성 전용선거구 문제에 대해 참여연대가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내부 긴장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처장은 “‘물갈이연대’로 대변되는 당선운동과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 각각 발족하면서 혼선을 빚었고 ‘낙선리스트’도 선정 기준에서 논란이 생기는 등 시민단체의 정치적 판단착오와 리더십 부족이 드러났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을 두고 언론은 ‘이슈와 쟁점이 없는 선거’라는 표현했죠.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도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는 각 당 민생정책 관련 공약에 대한 분석자료를 배포했고 부패 비리 혐의로 논란이 된 총선후보들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2개 언론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총선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바람직한 18대 총선보도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활동을 벌였습니다.

2008년 3월4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대강당에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공명선거운동 발대식 및 부정선거고발센터 개소식’모습|남호진 기자

2008년 3월4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대강당에서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공명선거운동 발대식 및 부정선거고발센터 개소식’모습|남호진 기자

18대 총선 당시 시민단체 낙천·낙선운동이 활발하지 못한 것은 선거 주요 이슈였던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4대강 사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 운동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합법이라고 공문을 보냈다가 이틀만에 이를 번복하고 ‘제18대 총선과 관련, 대운하 백지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영향도 있습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시 경향신문에 “당초 합법이라는 공문을 보냈을 때는 대운하가 이슈화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최근 대운하 건설이 각 정당 간 쟁점이 돼 이를 찬성·반대하는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선관위는 이를 근거로 대운하 반대 운동을 전개하던 시민단체들에게 “▲대운하와 관련 당선 또는 낙선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서명을 받는 행위 ▲특정 정당 후보자와 연계해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행위 ▲특정 정당관계자나 후보자가 참석하는 대운하 관련 토론회 개최 등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안내문을 발송했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1000여개 시민단체가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4대강 사업, 의료민영화, 무상급식 등 정책 이슈에 대한 찬반 여부를 기준으로 ‘국회의원이 돼서 안될 55명의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55명 중 새누리당 홍준표후보(서울 동대문을)등 15명(27%)만 떨어졌습니다. 남경필(경기 수원병) 후보 등 40명(73%)이 당선했죠.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가 자체 선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나쁜 친구 10명’ 중에서는 새누리당 김태기 후보만 낙선했고, 9명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 신뢰도 하락에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13년 1월9일자 주간경향에 실린 ‘정계로 간 활동가들, 고민하는 시민단체’ 기사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고계현 사무총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일부 시민단체가 권력에 대한 비판·감시라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신뢰도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 사무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부에 유착돼 있었다”며 “이른바 진보·개혁적 NGO들이 청와대에 다녀오면 입장이 바뀌거나 비판보다는 협력을 많이 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같은 기사에서 “오히려 과거에 신뢰도가 지나치게 높게 나왔던 것”이라며 “한때 참여연대와 같은 종합형 시민단체가 준정당적 조직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당시 상황이 굉장히 예외적인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민단체가 융성했던 10여년 전 상황과 달리 현재는 시민들 스스로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20대 총선을 맞아 시민단체들은 모바일을 적극 활용합니다. 총선네트워크는 “시민사회와 각계각층의 낙천낙선 대상자 공동홍보, 온·오프라 적극 전파, 집권여당 공약이행 평가내용과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정보 공유 캠페인을 진행한다”며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3분 총선’ 모바일 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밝혔습니다. 자기 지역에 출마한 사람들의 경력, 과거 활동이나 법 위반 내용 등을 바로 검색해 투표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34개 유권자단체들이 연대한 2016총선네트워크가 16일 광화문에서 공동캠페인 기자회견을  가졌다.|손봉석 기자

34개 유권자단체들이 연대한 2016총선네트워크가 16일 광화문에서 공동캠페인 기자회견을 가졌다.|손봉석 기자

총선네트워크는 또 “지난 7일 선관위 항의방문에 이어 11일에 공문을 발송해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등에 대한 공식 면담을 추진 중”이라며 “국가기관 및 관변단체 등 불법·부당 선거개입 감시 캠페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총선네트워크는 이어 “선거과정, 투표 당일 및 개표현장에서의 부정 감시 공동대응을 위해 시민 개표참관 캠페인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한일위안부 잘못된 합의, 역사교과서 왜곡 등 잊지말아야 할 이슈들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테러빙자 국민감시 악법 문제, 국가 부채 및 가계부채 모두 급증하고 있는 실정, 박근혜 정권의 경제·민생파탄, 청년실업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이슈 파이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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