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치 받은 청년들, 복지부 ‘직권취소’에 불안감
알바 그만두고 학원에 등록
“반드시 합격해 세금 내야죠”
“청년수당 덕분에 알바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동화 일러스트 학원에 등록해 동화작가의 꿈에 도전하고 있는데, 지원금이 끊기면 당장 학원을 못 다닐 것 같습니다.”
지난 3일 서울시가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대상자 약 3000명을 선정하고 첫 달치 활동지원금 50만원씩을 지급한 뒤 선정자들이 처음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지난 9~10일 이틀간 사업 선정자들을 대상으로 마포·동작·성북·용산 등 4개 권역별 오프라인 모임 ‘우리지금만나’를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직권취소로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선정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청년들이 지원을 바라는 사항을 듣기 위해 긴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평일임에도 100여명의 청년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을 ‘불신’이 아닌 ‘신뢰’로 바라봐달라고 했다. ㄱ씨는 “‘안일하고 노력하지 않는 애들이 쉽게 돈을 받아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억울하다”며 “꼭 필요한 청년들이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에서 제대로 홍보해달라”고 당부했다. ㄴ씨는 “편의점 김밥만 먹다가 지원금을 받은 날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 정말 좋았다”며 “지원금이 나오는 6개월 안에 어떻게든 시험에 합격하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당장 다음달부터 사업이 중단될 상황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ㄷ씨는 “청년수당에 관한 뉴스를 보고 걱정이 돼서 지원금을 아직 쓰지 않고 있다”며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한다고 해서 취업계획을 새로 짜놨는데 계획이 쓸모없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 유일한 합격이라 매우 기뻤다”며 “새로운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생겼다”고 전했다.
청년수당 신청자들의 미취업 기간은 평균 19.4개월에 이른다. 청년들은 지원 희망 프로그램으로 적성검사, 면접과외, 교육·복지정보 포털, 창업 컨설팅 외에 심리상담도 꼽았다. 장기간 취업에 실패하면서 낮아진 자존감을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ㄹ씨는 “그림이나 음악으로 심리를 파악하고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센터 관계자는 “많은 선정자들은 면접 준비 등 커리어컨설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하게 심리상담 요구도 많아 서울시와 함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오찬에서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협의에 나서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청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19일 복지부의 직권취소 처분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