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갈등을 빚어온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사업이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시는 19일 대법원에 보건복지부의 이 사업에 대한 직권취소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방자치법 상 지난 4일 복지부가 내린 직권취소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구종원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청년수당 사업이 사회보장법 상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대승적으로 복지부와 6개월 간 성실히 협의에 임해왔으나 중앙정부는 끝내 시정명령과 직권취소를 통해 사업을 중지시켰다”며 “박원순 시장이 지난 8일, 9일, 17일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 및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했지만 지금까지도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직청년들에 대한 지원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인 만큼 대법원의 공정하고 빠른 판단을 기대한다”며 “시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라도 청년수당 사업 및 청년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직권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장에서 “청년수당 시범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해당하며 사회보장제도의 최종적인 권한은 지자체 장에게 부여돼 있다”며 “시는 사회보장기본법 상 협의를 진행하였고,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절차를 준수하고 조정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며 이를 복지부에도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위원회에 사업의 조정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중앙행정기관이 지자체의 자치사무에 개입해 원천 무효·중단케 하는 일은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복지부가 직권취소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적 이익은 미미하거나 불명확한 반면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의 위험성은 크기 때문에 직권취소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복지부가 지난 3일 청년수당 사업 대상자 2831명에게 지급된 50만원씩의 첫 달치 활동지원금에 대해 “사업이 무효가 됐으므로 수당은 부당이득에 해당돼 서울시가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청년들에게 이득을 주는 ‘수익적 행정행위’는 청년들에게 반환의 의무가 없고 시도 환수할 수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선발된 청년들을 위해 역량 강화·진로 모색 등 비금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소송 제기에 복지부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 상 사회보장 신설·변경 시 협의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당을 집행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복지부와 진행한 논의만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률의 ‘협의’는 ‘합의’ 또는 ‘동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 상 ‘협의’는 당사자 간의 의사소통이라는 절차적 의미이며 최종적인 결정권한은 지자체 장에게 부여돼 있다”며 “해당 법조항이 ‘동의’ 또는 ‘승인’이 아닌 ‘협의’로, ‘이행의무’가 아닌 ‘조정결과를 반영’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것이 입법자의 의도이자 해석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른 입장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복지부는 “절차를 위반한 서울시에 대해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조치를 한 것은 적법하며 청년들의 권익을 침해한 것도 아니다”며 “직권취소는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행정절차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협의·조정 제도의 취지는 국가 전체적인 복지제도의 정합성을 유지하고, 중앙과 지방의 연계를 통해 조화로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 간 급여와 서비스의 중복, 편중, 누락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 기능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에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되게 되면서 당장 다음달 지원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대법원이 다음달 지원금 지급일 전 서울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최소한 본안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급이 가능해지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늦어지면 다음달부터 사업 선정자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석윤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은 빠르면 한 달 만에 나오기도 하지만, 늦으면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안 나오기도 한다”며 “(가처분 신청 판단이 늦어지면) 지원금 지급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주민등록 상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 19~29세 가운데 주당 근무시간이 30시간 미만인 청년 중 소득, 미취업기간 등을 고려해 3000명을 선정해 최장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활동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